일상77 [북-포토로그] "두려움과 불안함이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두려움과 불안함이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어느 토요일 점심 즈음. 그날도 두 아이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런데 전화를 건 사람은 엄마가 아니었다. “저 엄마 병원 친구인데요, 놀라지 말고 들어요. 엄마가 갑자기 심정지로 응급실에 갈 예정이거든요? 병원에서도 연락이 갈 건데 놀랄까봐 내가 먼저 연락해요.” 엄마는 몇 달 전 유방암으로 진단받고 항암치료 중이시다. 식단관리와 치료를 위해 암 전문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 순간 너무 멍해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엄마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당장 응급실로 출발해야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출발하기 전 가장 먼저 유축을 .. 2024. 2. 13. [쉰소리객소리딴소리] “청소는 인사하는 일” “청소는 인사하는 일” 매일 밤 잠들기 전 책을 읽는다. 소리 내어 읽는 사람은 나지만 듣는 사람은 딸이다. 글자를 알게 되면 책을 저 혼자 읽을 줄 알았는데, 웬만하면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꼭 읽어 달라고 한다. 딸이 자라면서 읽는 책의 장르가 많이 바뀌었다. 일곱 살이 되고부터는 글자가 적은 그림책들만이 아니라 글자가 제법 되는 전래동화나 글자가 꽤 많은 어린이동화류를 읽게 되면서 같이 흥미진진해하며 흥분하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아직 나오지 않은 다음 권을 같이 기다리기도 하는 일이 잦아졌다. 몇 주 전 그런 어린이동화류 중에 한 권을 읽다가 거의 오열을 한 일이 있었다(사실 엄마들이 애들 책 읽어주다 엄마만 울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다들 몇 번은 경험하는 일이더라). 『만.. 2023. 8. 23.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미야자키 하야오-디테일, 움직임, 비전의 마법사 안녕하세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읽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최후의 순간까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질문이지요. 애니메이션에 대해, 미야자키의 고민에 대해, 여러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난리법석인 그 세계로 들어가 보아요! ^^ 미야자키 하야오-디테일, 움직임, 비전의 마법사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7월에 개봉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은퇴작이라고 했지만 역시나, 그의 가슴에는 그리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이다. 일본 열도에서는 어떤 사전광고도 없이 발표된 이 작품이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트레일러가 공개되지 않아, 보고 난 사람도 이미지를 편집해 자기 감상으로.. 2023. 8. 11.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 우리가 화성에 가더라도 지구에서와 같은 감각기관을 사용하는 한, 늘 보고 느끼던 방식으로밖에 화성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처마 밑 거미줄 위의 거미가 빗방울을 맞을 때나 500년도 넘은 고목의 가장 높은 가지가 일출과 일몰을 맞이할 때처럼 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2010)에 나오는 것처럼 곤충과 식물, 각각의 존재가 느끼는 저마다의 세계가 지금 이 순간에 함께 공존한다. 현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세계는 단일한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그래서 매 순간은 한없이 풍요롭다. 프루스트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 하나의 참된 여행, 회춘의 샘에서 목욕하는.. 2023. 2. 1. 이전 1 2 3 4 5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