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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78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 우리가 화성에 가더라도 지구에서와 같은 감각기관을 사용하는 한, 늘 보고 느끼던 방식으로밖에 화성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처마 밑 거미줄 위의 거미가 빗방울을 맞을 때나 500년도 넘은 고목의 가장 높은 가지가 일출과 일몰을 맞이할 때처럼 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2010)에 나오는 것처럼 곤충과 식물, 각각의 존재가 느끼는 저마다의 세계가 지금 이 순간에 함께 공존한다. 현실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세계는 단일한 방식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그래서 매 순간은 한없이 풍요롭다. 프루스트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 하나의 참된 여행, 회춘의 샘에서 목욕하는.. 2023. 2. 1.
뉴욕과 올리버 색스 ② : 나는 감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웃픈' 이야기로 세상의 구멍을 메워라 (2) - 뉴욕과 올리버 색스 - ❙ 무(無), 기력 올해 초, 내 몸이 파국을 맞았다. 수면 부족, 열꽃, 생리 불순, 무엇보다 온 몸에 기력이 없었다. 지하철에 몸을 던져놓고 무기력하게 되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아야 하나? 그러나 질문을 더 밀고 나가지는 않았다. ‘바빠서 힘들다’는 말은 뉴욕에서 금기어다. 이 도시에는 파트타임 직업 세 개, 학교, 육아까지 동시에 해내는 ‘슈퍼휴먼’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고작 한 개 하는 학생 주제에, 피곤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저질 체력과 의지박약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게 뻔하다. 그래서 질문은 맥없는 넋두리로 변질된다. 아, 내 몸이 스마트폰이라면 배터리 충전하듯이 간단히 기력을 얻을 텐데……. 왜 .. 2016. 9. 30.
"나는 못해" 과대평가를 떼어내고 스스로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 '나'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 내 인생 최대의 걸림돌은, 크게 보면 나 자신이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통제되지 않는 아침잠이다. 수도 없이 다짐을 하고 생활 패턴을 바꿔보려고 하지만, 늦은 밤에도 도무지 잠이 들지 않는다. 침대와 침대 밖을 여러 번 왕복하는 날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나오고, 저녁에 집에 들어와 잠드는 이른바 ‘근대적 삶’의 패턴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이 습관.(그렇다고 이게 ‘전근대적’인 것은 아니다. 차라리 ‘초현대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 습관 덕에 많은 괴로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들도 다 하는데, 심지어 나도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다 했던 것인데…, 그래서 아침이면 언제나 쫓기는 듯했고, 어.. 2016. 9. 19.
"당연히, 그곳에도 사람이 있고, 삶이 있다."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 삶과 음식과 터전, 그리고 배움에 대하여 책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보통 ‘사진집’이라고 하면, 그 책에 실린 사진들이, 다른 책에 실린 사진들과 얼마나 다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예술’의 세계란 그렇게 ‘차이’를 다투는 곳이다. 그런데, 이 ‘사진-책’은 그러한 ‘차이의 경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자리에 있다. 역설적으로 그 점이 이 책과 책에 실린 사진들을 어떤 것보다 독특하게 만든다. 부제인 ‘용산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그렇다. (지금은 사라진) ‘용산성매매집결지’의 풍경과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곳은 어떤 곳일까? 붉은 불빛, 몸을 드러낸 여자들, 여자를 고르는 남자들이.. 2016.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