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문장81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상처 입은 동물, 부러진 풀줄기의 고통을 가슴으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어머니 대지는 우리의 살이다. 바위는 우리의 뼈이고, 강물은 우리 혈관을 흐르는 피다. (돈 호세 맞추와[휘촐족 인디언 성자]의 말; 시애틀 추장 외, 『인디언 연설문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엮음, 더숲, 2017, 568쪽) 태어난 인간의 시야는 참 좁다. 영아기 때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 활동하고,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는 대체로 자기만 생각한다. 사회화란, 나의 행동이 남에게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고려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부단히 아이에게 이 부분을 가.. 2025. 1. 6. [씨앗문장] 엄마와 딸―가장 친밀하고 가장 먼 엄마와 딸―가장 친밀하고 가장 먼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가사노동이 아니라 감정노동이었다. 어머니는 나의 가사노동에 시시콜콜, 일거수일투족,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했다. 장을 봐 오면 ‘이게 뭐냐?’부터 시작해서 ‘이건 왜 사 왔냐?’ ‘뭘 이렇게 많이 사 왔냐?’ ‘이건 왜 데치냐?’ ‘이걸 왜 고춧가루가 아니라 고추장을 넣느냐?’ ‘뭘 이렇게 늘어놓냐?’ ‘왜 설거지를 빨리 안 하냐?’ ‘뭘 이렇게 많이 버리냐?’…. 하루 종일 집에 혼자 계셨을 테니 심심했을 것이고, 딸이 들어왔으니 반가웠을 것이다. 이런 잔소리가 나름대로 소통의 욕구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난 어머니의 기분에 장단 맞춰 가며 느릿느릿 설렁설렁 일할 만큼 시간의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점점 대꾸하는 말이 짧아지고 날.. 2024. 11. 4. ‘철학함’이 만드는 세계 ‘철학함’이 만드는 세계 여러분이 알다시피, 말은 자신이 발화하는 것을 변화시킵니다. 덕분에 우리는 언뜻 수수께기처럼 보이는 기호와 의미의 더불어 태어남/인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애 감정이 오가는 상황 혹은 혁명으로 지칭하는 말보다 앞서서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두 경우에는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말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과도 같은 사람, 그 일의 창시자와도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사랑의 심판대 앞에서든 혁명진압 세력 앞에서든 자기가 만들어낸 그대로 상황을 책임지고 자기가 입 밖에 낸 말의 대가를 치를 자격이 있습니다. 그 말은 말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리오타르, 왜 철학을 하는가?』, 이.. 2023. 4. 28. 무용한, 그러나 고귀하고도 즐거운 공부하기 무용한, 그러나 고귀하고도 즐거운 공부하기 예술은 무용하다. 무용하니까 예술이다. 사회적으로 강제되는 쓰임에서 풀려나 스스로 고귀해지려는 활동에 전념하는 일이야말로 '주권적 삶'에 걸맞지 아니한가. 단언컨대, 그런 삶이야말로 고유한 색과 향기를 발하는 그림이요, 시요, 멜로디다. 인간에게는 노동과 사회적 가치의 생산 말고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 공부도 그 중 하나다. 공부는 사회적 코드의 재생산에 복무하지 않는다. 그런 공부라면 그건 노동과 다름없다.(...) 공부든 예술이든 사회와 자본의 획일적 리듬을 벗어날 때만, 또 사회적 가치생산이라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때만 힘을 발휘한다. 다수적(지배적) 가치에서 비껴나 다르게 질문하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욕망하는 것이 공부요, 예술.. 2023. 4. 18. 이전 1 2 3 4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