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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詩간지10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다름을 우리의 출발점으로! 癸水 - 너에게 닿기를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여행을 떠날 때 우리는 새로운 것을 기대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꽉 막힌 일상과 대비되는 신선한 한 줄기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2013. 1. 12.
속이 깊어도 너~무 깊어 알 수 없는 임수 사람! 壬水 - 알 수 없는 마음 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 만하니 눈 감을밖에 물의 달, 壬子월이 왔다. 9번째 시간지를 준비하면서 이번에도 적당한 시를 물색한다. 사실 조금 찔리기도 했다. 이거 너무 잘 알려진 시 아닌가? 혹여 독자들이 진부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려나? (이렇게 나의 얕은 밑천이 다 뽀록난다^^) 하지만 사실, 임수는 나에게 가장 알 수 없는 천간이다. 예전에는 나머지 오행을 모두 품은 토(土) 기운을 가장 알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토사람들의 덤덤함은 일관되기라도 하지! 아마 내가 평생을 가도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은 내 남동생일 것이다. 그 아이의 일간은 임수다. 그 녀석은 과묵하기는커녕 아주 가볍고 장난스럽다. 내가 아무리 .. 2012. 12. 8.
신금의 예민함은 타고난 장인 기질! 辛金 - 아프니까 장인이다! 칼날도 아프다 남혜숙 어느 날 사과를 깎다가 베인 손가락 아프다고 소리치다가 언뜻 칼을 보았다 파랗게 질려 있는 칼의 아픔 예민함이란 장점일까 단점일까? 생긴 건 비록 붕어이지만 나라는 사람도 가끔씩 이유 없는 성격파탄자가 되는 순간이 있다. 히스테릭을 부리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왜 나는 이런 예민한(?!) 성정을 타고 태어난 것인가. 몸만 괴롭고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오직 ‘눈치’ 뿐이다! (나는 처세술을 지향하는 을목이다ㅋㅋ) 하지만 의역학에서 늘 말하듯 이 세상에 고정된 실체는 없다. 예민함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도 수만 가지의 다른 양상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 나의 어중간한 예민함과는 질적으로 다른 예민함, 이른바 ‘예술가의 신체’도 있을 수 있다. .. 2012. 11. 10.
강자는 '되는' 것이다, 쾌남쾌녀-되기! 庚金 - 죽지 않아! 강철 같은 마음의 비밀 바위는 무엇하러 오세영 바위는 무엇하러 바위인가? 흙에서 뛰쳐나와 홀로 절벽과 마주 선 바위, 난만하게 핀 꽃들의 향기에도 취하지 않고, 거친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고, 애틋한 물소리에도 격하지 않아 그것을 바위라 하지만 그의 무심은 대체 무엇이 되려 하는가? 면벽천년, 하늘이 되려는가? 묵언만년, 바람이 되려는가? 스스로 길을 막고 절벽과 마주 서서 바위는 흙이기를 거부하지만 보아라, 내 가슴에 자라는 한 포기 난을, 감정처럼 축축히 젖는 이끼를, 환경이 개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과 개인이 환경을 결국엔 극복해내는 것, 이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혹은 중요할까)? 그래, 사실은 이 양자택일이 무용한 것이며 현실에서는 ‘개인’과 ‘환경’이 그렇.. 2012.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