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연재 ▽/나의 삶과 천개의고원11

[나의삶과 천의 고원] 루쉰과 여행, 그리고 ‘전쟁기계’ 루쉰과 여행, 그리고 ‘전쟁기계’ 그렇다. 신체의 해부보다 중요한 건 정신의 해부다. 중국인은 지금 정신의 고질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인에게 시급한 것은 이 비참과 비겁에 대한 자각이다. 혁명은 다수를 만족시키는 공리(公利)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통절한 자각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 자각을 촉구할 수 있는 무기는 ‘글’ 밖에 없다는 것. (채운, 「구경꾼으로 머물 것인가, 혁명적으로 살 것인가」, 『루쉰, 길 없는 대지』, 2017, 북드라망, 68쪽) 20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은 일본 센다이에서 의학 생활을 하던 중 ‘환등기 사건’을 겪게 된다. 환등기 안에서는 중국인 한 명이 러시아의 정탐 노릇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총살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중국인을 빙 둘러서 구경.. 2020. 10. 13.
[나의삶과천개의고원] ‘술[酒]’이 만들어낸 ‘리트로넬로’ ‘술[酒]’이 만들어낸 ‘리트로넬로’ 천관웅 : 내가 회사생활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게 뭔 줄 알아?장그래 : 글쎄요….천관웅 : 술을 배운 거. 외로운 거 이놈한테 풀고, 힘든 거 이거 마시며 넘어가고, 싫은 놈한테 굽실거릴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술 때문이지. 근데 가장 후회하는 것도 술을 배운 거지. 일상이라는 걸 즐겨본 적이 없는 거 같아. 심심한 걸 즐겨본 적도, 한가한 걸 누려본 적도.장그래 : 천천히 드십시오.천관웅 : 술. 즐겁게 마셔. 독이 된다고. 수승화강(水升火降)! 차가움은 올리고, 뜨거움은 내려라.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술은 열을 올리거든.– 드라마 ‘미생’ 中 – 어둠을 밝히는 노래, ‘술[酒]’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에게 처음 술을 배웠다. 그 후 뜻(?)이 맞는.. 2020. 9. 16.
[나의삶과천개의고원] ‘세월호’와 ‘미시정치’ ‘세월호’와 ‘미시정치’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 해역에서 침몰했다. 탑승자 476명, 생존자 172명, 사망자 299명, 실종자 5명이 발생한 대형 참사다. 그저 재난사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뒤집힌 선체 안으로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음에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안내뿐, 제대로 된 구조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는 수학여행을 떠나던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어갔다. 무엇이 이들을 죽게 했을까. 무리한 화물 적재,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의 무책임, 해경의 뒤늦은 구조작업. 무엇보다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은폐하려는 ‘세력’들이 있었.. 2020. 8. 5.
[나의삶과천개의고원] 지난 10년간 대체 무슨 일이? 지난 10년간 대체 무슨 일이? 골목에서 한 아이가 정신없이 놀고 있다. 순간, 한 모퉁이에서 트럭이 돌진해 온다. 아이는 갑자기 커다란 외침을 듣는다. “빨리 피해!”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옆으로 비켜선다. 세월이 한참이 지난 뒤, 그 아이는 승려가 되었다. 쉰이 넘은 어느 날, 참선을 하다 삼매에 들었다. 순간 눈앞에 한 아이가 골목에서 트럭에 치일 뻔한 장면이 나타난다. 노승은 전신으로 아이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빨리 피해!” 결국 그 옛날 자신을 구해준 목소리는 수십 년 뒤의 ‘자기’였던 것.- 고미숙, 『계몽의 시대』, 2014, 북드라망, 15~16쪽​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구하다니. 현재라는 시공간은 단순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왜냐.. 2020.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