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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해완's MVQ20

해완's 뉴욕타임즈 마지막 이야기 - 가장 치열한 인류학의 현장, 뉴욕 뉴욕, 인류학의 도시 1935년, 레비스트로스는 문화 현장 조사를 위해 브라질 열대우림으로 떠난다. 인류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책 〈슬픈 열대〉가 잉태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인류학 연구는 파죽지세로 진척되었고, 레비스트로스가 몸소 남긴 강렬한 이미지는 그대로 남았다. 일명, 오지로 떠나라! 였다. 인류의 다양성과 타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라는 사명을 띤 채 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로, 남미로, 호주로, 더 멀리 또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지금 여기, 인류학의 현장 그러나 왜 문명화가 ‘덜 된’ 장소만이 인류학적 가치를 지닌단 말인가? 갈취의 대상이든 탐구의 대상이든 간에 왜 타자는 언제나 ‘비서구권’으로 정의되어야 할까? 이것이 바로 내가 문화인류학 입문 수업을 통해 배우게 된 질문이다. 아니, 교수.. 2015. 10. 30.
미국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기 "사랑합니다, 고객님"?? 사무실 이야기 지난 겨울방학, 나는 로또를 맞은 기분이었다. 작년 내내 영어를 배웠던 헌터 대학교 ESL 사무실에서 내게 혹시 아르바이트 해볼 생각 없느냐고 연락이 왔던 것이다. 뭐지? 지원서도 넣은 적이 없는데 이렇게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걷어차지 않기로 했다. 돈이 필요했고, 또 교내 알바는 외국인 학생들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직업이라 경쟁률도 치열했다. 정식으로 지원서를 넣으면 영영 잡을 수 없는 기회일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사무실 알바는 일명 ‘꿀의 알바’가 아닌가. 공짜는 없다 반 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제는 이 사무실이 왜 나에게 먼저 연락을 했는지 알 만큼 눈칫밥을 먹었다. 일단 이 사무실은 일손.. 2015. 9. 23.
도시를 떠나 거대한 야생의 땅 '그랜드 캐니언'에 가다 땅의 노래 뉴욕에서 맞는 두 번째 여름 방학이 거의 끝나간다. 일한 기억밖에 없는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다. 작년에는 매인 곳 하나 없어 그냥 훌훌 떠나면 되었다. 워싱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캐나다의 벤쿠버까지 아메리카 대륙을 찍고 다녔더랬다. 호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올해 내 일상은 시작부터 ‘정규직’의 냄새가 났다. 늦깍이로 대학교에 입학한 것도 모자라 내가 지원하지도 않은 알바 자리가 넝쿨째 굴러 들어왔고, 정규직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써야 하는 원고가 있었다. 주말에는 밀린 숙제를 하다가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다. 아, 이 비루한 일상. 모든 장소가 그렇듯, 뉴욕은 어느 새 설레였던 이국적인 도시에서 내 일상을 무겁게 짓누르는 감옥이 되고 말았다. 이렇다 보니 올해는 여름 .. 2015. 8. 28.
미국에는 음식쓰레기통이 없다?! 뉴욕과 쓰레기 뉴욕은 멋진 도시다. 여름날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각기 다른 땀냄새를 풍기며 지하철에서 부대껴도, 살인적인 월세를 피해서 손바닥만 한 매트리스를 깔 공간을 찾다가 탈진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고향의 기억과 함께 뉴욕땅을 밟는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다. 사람이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것, 이것이 내가 여기서 배운 명제다. 화려한 뉴욕의 모습. 뉴요커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버릴까? 도시의 이면 그런데 사람이 끌어들이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쓰레기도 끌어들인다. 뉴욕 사람 한 명이 생산하는 쓰레기는 어마어마하다. 일 년 반 동안 나는.. 2015.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