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둘째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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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격자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연진희 옮김, 글항아리
출판사 책소개
소련의 서쪽 경계선에 위치한 소연방 국가였던 벨라루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 어느 지역보다 극심한 참상을 겪었다. 독일이 독소불가침 조약을 느닷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바람에 벨라루스의 평온한 일상은 아무런 대비 없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짓밟혔고, 4년 남짓 동안 지속적으로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인구의 4분의 1이 사라졌으며, 고아의 수는 2만 5천 명이었다.
『마지막 목격자들』은 이 참극 속에서 가장 작고 무기력한 존재였던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구소련 벨라루스의 ‘전쟁고아클럽’과 ‘고아원 출신 모임’ 101명을 인터뷰해 복원해낸 역사는 화자들 본인에게조차 희미하고 아련한 기억이지만 오히려 경험이 많지 않은 미숙한 시선을 가졌기에 어른의 눈보다 더 생생히 포착하는 부분들이 있다.
아이들은 전쟁의 흐름을 헤아릴 사고력도, 그것을 위한 정보도, 또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지혜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목숨 걸고’ 해나간다. 어리지만 어린이로 머물 수 없었던, 아무 힘도 없지만 죽을힘을 다해 버텨야 했던 사람들. 저자가 이 책에 ‘솔로’ 파트를 배정한 것은, 바로 이 여린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으리라.
'목격자'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전쟁은 언제나 '참상'을 동반하고, 거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만들어 낸다. 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때문이다. '참상'과 '생존'이 다시 출현하지 않게 하는 것 말이다.
『루터의 밧모섬』, 제임스 레스턴 지음, 서미석 옮김, 이른비
출판사 책소개
탁월한 논픽션 작가 제임스 레스턴의 흥미진진한 '마르틴 루터 이야기'. 16세기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위대한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삶과 고뇌, 결단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저자 제임스 레스턴은 <갈릴레오의 생애>, <최후의 계시>, <신앙의 수호자> 등 여러 논픽션 저작들을 통해 이미 대중의 눈높이에서 유럽 역사를 참신한 시각과 극적인 구성으로 풀어낸 바 있다. 특히, 사자왕 리처드와 살라딘의 십자군 전쟁을 다룬 <신의 전사들>은 10여 년 전 국내에 소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책 역시 저자의 발군의 글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또 하나의 수작이다.
독일의 한 평범한 수도사였던 마르틴 루터는 '면벌부' 판매로 상징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상을 목격하고,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城)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걺으로써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불을 지피고 새로운 교회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는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루터의 목숨이 위태로웠던 절체절명의 순간이자 그의 문필력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를 다룬다.
사사키 아타루의 책을 읽은 이후로 루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어느 시대든, 거기에 사는 사람은 동시대의 울타리 안에서만, 기껏해야 울타리 밖 시야가 닿는 범위 정도 밖에는 보지 못한다. 루터는 멀리 본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더불어 순진무구하게 진리와 삶의 간격을 좁혀간 사람이기도 하다.
『바퀴, 세계를 굴리다』, 리처드 불리엣 지음, 소슬기 옮김, Mid
출판사 책소개
길 위에서부터 내 방에 이르기까지, 바퀴는 말 그대로 세계를 ‘굴리고’ 있다. 이 굴러가는 동그라미는 인간이 짊어질 무게를 나누어 짊어지는 인류의 동반자이며, 가축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무역의 활성화를 도왔을 뿐 아니라 현대까지 수송이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가장 완벽한 도구’, ‘완벽한 발명품’이라는 바퀴에 대한 찬사는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바퀴, 세계를 굴리다』는 이처럼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온 장본인인 바퀴에 얽힌 역사를 풀어낸 책이다. 지리적으로는 동아시아부터 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다루고, 역사적으로는 기원전 4000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사를 훑으며, 바퀴가 현재의 효용을 갖추기까지의 많은 변화를 설명한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바퀴의 모든 역사를 접하게 될 것이다.
'
오늘도 집 수리 때문에 냉장고를 옮기면서 '바퀴'의 고마움을 느꼈다. 이 얼마나 대단한 발명품인가. 도저히 옮길 수 없을 것 같은 물건을 움직이게 해주고, 도저히 가지 못할 것 같은 거리까지 닿게끔 해준다. 세계를 바꾼, '발명품'의 조상이 아닐까 싶다.
『비판이란 무엇인가? 자기수양』,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심세광 · 전혜리 옮김, 동녘
출판사 책소개
미셸 푸코 미공개 선집 1권. 1978년 5월 27일에 소르본대학교에서 프랑스 철학회 주최로 열린 푸코의 강연 <비판이란 무엇인가?>와 1983년 4월 12일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있었던 푸코의 강연 <자기 수양>, 그리고 버클리캠퍼스에서의 강연과 함께 기획된 세 차례의 토론을 싣고 있다.
이 텍스트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유용한 각주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푸코의 이 두 강연은 그의 사상의 변화와 연속성을 동시에 명확히 해명하는 중요한 텍스트이며, 특히 푸코 후기 사유의 중심 주제들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주체의 문제, 더 구체적으로 말해 ‘자기’의 문제에 대한 풍부한 성찰을 제공한다.
조금씩 출간되고 있는 푸코의 미공개 선집 1권이다. 푸코의 사상은 시기별로 커다란 변화를 보이면서 전개되었는데, 후기로 접어들수록 정리된 저작보다는 '강연록'의 형태로만 남아있는 것이 더 많아졌다. 커다란 흔적을 남긴 사상가의, 거의 '최종적'인 생각들을 알아보려면 당연히 읽어봐야할 것들이다.
『비트 제너레이션』, 하비 피카 원작, 에드 피스커 그림, 김경주 옮김, 1984
출판사 책소개
비트 제너레이션은 1950년대 미국에서 출현했고 그들은 전설이 되었다. 7년간의 방랑 생활을 청산하고 1957년에 발표한 잭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는 자전적 이야기인 동시에 비트 제너레이션의 상징적인 바이블이 되었다. 소설의 인습적 구성에서 탈피해 즉흥적이고 혁신적인 형식의 작품으로, 돈 없는 젊은이들이 온 나라를 헤매며 여행하는 모습을 담았다.
또한 비트세대는 마치 재즈처럼 들리는 시와 산문, 동양의 불교를 받아들인 문학작품, 미국 원주민에 대한 주제, 동성애, 징집 반대 그리고 이전에는 용납할 수도 없었고 차마 입에 올릴 수도 없었을 법한 생각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비트세대는 그들의 생활습관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집단적으로 시들해지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점점 확장되어갔다. 60년대 반문화는 어찌 보면 그들에 의해 그리고 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재작년 쯤에 잭 캐루악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이미 고전이 된 <길 위에서> 였는데, 거기에는 뭐라고 해야할까? 20세기 이래로 이어진 '젊음'의 원형 같은 것이 응축되어 있었다. 그런 식의 '젊은이'는 어디에서 태어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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