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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약선생의 도서관40

새로운 성경 읽기 - 하느님과 지혜,『성경』의 「시서와 지혜서」 새로운 성경 읽기 - 하느님과 지혜『성경』의 「시서와 지혜서」 둘째 아이와 나 사이에만 있는 ‘철학자 이름 말하기 게임’이 있다. 철학자 이름을 번갈아 대다가 한 사람이 더 이상 대지 못하면 끝이 난다. 아이는 대개 내가 알려준 철학자 이름을 대지만, 어떤 때는 책장에 있는 책의 저자 이름을 따로 알아 두었다가, 그 이름으로 기습을 시도하기도 한다. 끝난 듯하다가 약점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흡사 손자(孫子)의 기습법과 닮았다. 이제는 레퍼토리를 꽤 확보해서인지 형에게도 여간해선 지지 않는 모양이다. 어디 여행을 갈 때면 이제 그 세 명이 하게 되는데, 누가 보면 철학자 이름들이 오가는 여행길 차안 풍경이 무척 기이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한 눈으로 보는 서양철학사’.. 2016. 10. 25.
삶의 새로운 규칙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 삶의 새로운 규칙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 회사란 때마다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다. 인사이동 철이면 신입이 들어오기도 하고, 다른 부서에서 전입해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사무실은 어수선해진다. 해마다 돌아오는 소란이라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그때마다 신경 쓸 일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원래 일이란 정작 그 일에 드는 노력보다 그 일을 준비하고 사후 처리하는 노력이 더 드는 법이다. 그런 상황에 나도 그리 자유롭지는 못하다. 무엇보다 팀에 새 직원이 들어오면 맞춰 일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이른바 ‘업무 인계인수(引繼引受)’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한동안 서로 이어주고(繼) 받아주다(受) 정작 팀은 곧 허물 다리마냥 끊기고 삐거덕거리기 일쑤다. 어떤 보고서를 담당할 때였다. 분기마.. 2016. 10. 11.
[약선생의 도서관]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어떤 작가는 그 명성에 비하여 뒤늦게 찾아온다. 대단한 명성을 갖고 있고, 작품도 너무나 위대하여 언젠가는 꼭 만나리라고 다짐하지만, 주소가 바뀌어 뒤늦게 받아보게 되는 편지처럼, 그래서 친구의 절절한 사연을 그때서야 알게 된 사람처럼, 뒤늦게야 그를 만나곤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것이다. 내게는 시인철학자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가 그런 사람이다. 그의 웅장한 문체와 사유는 익히 들어왔지만 내게는 영 인연이 없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하긴 내게도 그와 아주 조그만 인연이 있긴 하다. 그것은 19세기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와 관련된다. 대학교 4학년 때 지금도 존경하는 어느 선배에게서 『자본론』을 배웠다. 돌이켜보면 .. 2016. 9. 27.
[약선생의 도서관] "그 한 부분에 머리를 내던져 적어도 금이라도 가게 하자" 전락의 훈련, 철저한 제로 -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 - 소세키의 강연 중 「문예의 철학적 기초」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다. 이 강연은 마흔 살이 된 소세키가 동경미술학교 문학회 개회식에서 진행한 것이다. 강연이라지만 요즘 같은 그런 대중 강연은 아니었던 듯하다. 강연 내용에는 만만치 않은 논리들이 촘촘하게 스며들어 있다. 소세키 입장에서도 그랬던지, 강연 후에 소세키가 녹취록을 정리하고 보니 들고 간 강연 원고보다 두 배나 긴 글이 되고 말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이 글을 읽을 때는 그리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마 소세키 강연의 백미는 ‘자기본위(自己本位)’를 묘파한 「나의 개인주의」이지 않느냐하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인간 인식의 불행은 집합적 대상의 어느 한.. 2016.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