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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약선생의 도서관40

일상의 독재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일상의 독재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금연시대인 요즘, 몇몇 회사는 옥상이나 베란다층에 흡연실을 만들어 놓았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팀원들과 차 한 잔하며 이야기도 나눌 겸 아주 가끔 따라간다. 참 묘하게도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는 나오지 않던 정보가 담배와 함께 하는 대화에선 좀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그런 대화 속에도 우리가 보통 나누는 잡담들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곧 돌아올 승진 시즌을 앞두고 승진 인원 편성은 어떻게 될 것이며, 또 이번 승진 기준은 어떻게 구성될지, 또 저쪽 부서 이 아무개는 업무처리 스타일이 왜 그러느냐는 둥, 혹시 조그만 정보라도 나올라치면 아주 깊이 빠져 듣게 된다. 퇴근하여 돌아온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사람이나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2016. 12. 20.
알랭 바디우 외, 『인민이란 무엇인가』 - "우리, 인민"이 형성되다 "우리, 인민"이 형성되다알랭 바디우 외, 『인민이란 무엇인가』 가끔은 소, 돼지를 도살하여 태연하게 그 고기를 구워 먹는 내 모습이 불가사의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지나가는 애완견을 보면 귀엽고, 생명이 참 아름답지, 라고 생각하는 내 모습은 우스운 걸 넘어 기이하기조차 하다. 물론 이것과 저것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모순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괴이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내가 딛고 있는 이곳이 매우 난해한 지형이란 느낌으로 가슴이 턱 막힌다. 이토록 난해한 곳에서 내가 무슨 감각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 무언가 더러운 것을, 그리고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아도 안다고 말하지 않고 살아간다. 아무 일도 없이 살아가기 위해서. 이를테면 .. 2016. 12. 6.
『중론』- 모든 것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생각하기 모든 것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생각하기용수의 『중론』 늦은 오후 소파에 널브러져 ‘생각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고 하면, 무언가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상상한다. 그것은 사유를 곧 재현(再現)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이 개념에는 어떤 객관적이고 현재적인 외부 세계가 이미 있고, 사유는 그 세계에 대한 그림 혹은 사본이라는 가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런 틀이라면 사유가 세계를 바꾸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보나마나 그것은 자기 자신조차 변형시킬 수 없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대개는 이렇게 반문한다. “생각한다고 세상이 바뀌나?” 이런 따위의 사유는 그저 고정된 세계의 반영일 뿐 전혀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을 반문하는 자도 너무나.. 2016. 11. 22.
『장자』, 우리의 농단과 싸우자 『장자』, 우리의 농단과 싸우자 정치권이 시끄럽다. 대통령이 이른바 비선실세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고 한다. 장관들도 얻기 힘든 연설문이나 국정 자료가 사전에 비선실세의 손으로 넘어갔다. 대통령은 재벌회장들을 불러 이름도 이상한 어떤 재단에 돈을 내라고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청와대에는 ‘문고리 3인방’이 있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려면 이 세 사람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고도 한다. 도무지 상상하기도 힘든 ‘국정농단(國政壟斷)’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농단’이라는 단어는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가 제나라에 있을 때의 일이다. 수년간 제나라 선왕(宣王)의 정치고문이었던 맹자는 왕이 도무지 자신의 진언을 들어주지 않자, 객경(客卿, 외지 출신 관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선왕은 그제.. 2016.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