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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2

[인문약방] 늙음이 당황스럽다 늙음이 당황스럽다 작년 중반부터 생활에 변화가 있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고, 약국을 옮겨 일하고 있다. 새로운 약국엔 노인 손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연스럽게 나는 노인들과 예상치 않았던 관계 속에 놓이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살게 되면서는 모르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 변화들이 자주 날 당황스럽게 했다. 약국으로 출근하는 노인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약은 노인이라면 응당 복용해야 하는 것처럼 노인들 처방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 퇴행성 관절염, 백내장, 빈뇨나 요실금, 불면증, 변비 등 노화 현상에 대한 약들이 추가된다. 최근엔 치매를 예방해준다는 뇌 영양제를 너도 나도 유행처럼 지어간단. 어떤 분은 미리 예방한다면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와서 날 놀라게 했다. 약국에 자주 오는 .. 2020. 6. 8.
티렉스, [Electric Warrior] - 들어본 적 없는 리듬, 걷기에 딱 좋은 리듬 티렉스, [Electric Warrior]- 들어본 적 없는 리듬, 걷기에 딱 좋은 리듬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의 제목 '20세기 소년'은 아시는 바와 같이 노래 제목이다. '20th century boy'라는 노래인데, 이 노래는 생각건대, 원곡보다 리메이크 버전이 한국에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X-Japan이 부른 버전 말이다. 그럼 원곡은 누구의 곡이냐, 오늘 소개할 티렉스의 곡이다. 만화 『스트라토』에 따르면 우라사와 나오키는 직접 밴드도 하고, 밴드를 하는 만화가들 중에서는 기타를 잘 치는 것으로 소문난 실력자이기도 하다고 한다. 『20세기 소년』만 보더라도 '록덕후'들의 정서를 자극할 만한 코드들이 잔뜩 들어 있다. 우드스탁 라이브에 관한 켄지의 대사나, 밴드를 하다가 말.. 2020. 6. 5.
[연암을만나다] 검지 않은 까마귀를 만나기 검지 않은 까마귀를 만나기 연암은 무엇을 보아도 괴이하게 생각치 않는 자를 ‘달관’한 자라고 말한다. 세상의 천만 사물 앞에서 그것을 자기가 원래 알던 것과 비교하며 의심스러워한다면 속인이고, 사물 간의 차이를 담담히 보고 여유 있게 ‘응수’한다면 달관한 자다. 속인들은 해오라기에 비해 검은 까마귀가 불길하게 생겼다고 비웃고, 오리와 비교해 학의 긴 다리를 위태롭다고 느끼고, 옛 시를 닮지 않은 시를 기괴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말은 각자 잘 살고 있는 까마귀와 학, 이미 쓰여진 시에게는 어불성설이다. 그렇다, 우리가 종종 생각하듯 모든 존재는 다르게 태어났지만 ‘틀리게’ 태어난 적은 없다. 연암은 여기에서 한 번 더 나아가서 이렇게 묻는다. 까마귀는 정말 검은 색인가? 검은색은 어둡고 불길한 색인가?.. 2020. 6. 4.
[나의삶과천개의고원] 다양한 ‘얼굴’로 노래하라! 다양한 ‘얼굴’로 노래하라! 100명쯤 되어 보이는 걸그룹 연습생들이 “Pick Me, Pick Me”를 외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연습생 전부가 카메라 ‘정면’만을 응시하며,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이 춤을 추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100명 모두가 노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 귀에는 하나의 목소리로만 들린다.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되질 않는다. 아이돌은 가수일까? 댄서일까? 요즘은 가창력보다 나이와 얼굴, 몸매, 특히 춤이 우선시 된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나이가 많거나 뚱뚱하고 춤을 추지 못하면 데뷔할 수 없다. 데뷔를 하려면 어떻게든 아이돌이 갖추어야 할 조건에 맞는 몸과 얼굴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대중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다. 노래.. 2020.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