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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2

[연암을만나다] 달관의 맛 달관의 맛 아마 이 글이 무사히 완성되어 올라간다면,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는 깨봉2층에서 연극공연을 올리고 있을 거다. 하하. 1년의 준비기간이 있었고 벌써 3번째로 극을 올리는 건데도,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준비가 안 된 것 같은 마음은 이번이 제일 심한 것 같다. 이번 극 에 마음이 열리기까지가 오래 걸렸기 때문일거다. 뭐에 그리 거부감이 들었던 걸까. 이번 극은 연극 시간이 20분가량 되었던 작년과는 다르게 1시간 30분이라, 하루에 1막 이상 연습하기도 빠듯한데다가 대사 외우는 것도 더디고 막막하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내가 맡은 캐릭터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내가 맡은 역은 불평불만 많은 할아버지 ‘소린’역인데, 내가 보기에 이 사람에게 본받을 점이라곤 1도 없어보였다. 이 사.. 2020. 6. 18.
[왕양명마이너리티리포트] 비열한 거리(distance), 북경에서 귀주까지; ‘나 뿐’ 놈들 전성시대 1 비열한 거리(distance), 북경에서 귀주까지- ‘나 뿐’ 놈들 전성시대 1 千聖皆過影(천성개과영), 良知乃吾師(양지내오사)“뭇 성인들이란 모두 지나가는 그림자일 뿐/ 양지가 곧 나의 스승이다” 시대와 나, 혹은 역사와 개인? 2019년, 이 땅은 언제나처럼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제법 찬바람이 뚜렷한 지금, 11월 중순에도, 여전히 뜨겁습니다. 이 땅이 언제 안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싶긴 합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한국의 근대 100년은 격동의 근대사 100년입니다. 어느 시기를 떼어 놓고 봐도 뜨겁지 않았던 시절이 없습니다. 농담처럼,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찰’ 만 합니다. 최근 몇 년만 해도 그렇습니다. 저에게는 2016년과 2017년은 온통 .. 2020. 6. 17.
[내인생의주역] 올바름을 지킨 상승이 주는 기쁨 올바름을 지킨 상승이 주는 기쁨 ䷭地風升 升 元亨 用見大人 勿恤 南征 吉. 初六 允升 大吉. 九二 孚乃利用禴 无咎. 九三 升虛邑. 六四 王用亨于岐山 吉 无咎. 六五 貞 吉 升階. 上六 冥升 利于不息之貞. 오랜만에 K에게서 참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번 학기부터 지역의 한 국립대학에 시간강사로 정식 채용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앞으로 3년 정도는 고정된 수입이 있고, 지금까지처럼 공부하면서 강의하고 논문을 쓴다면 3년 이상도 안정된 상태에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이것들이 누적되면 그 동안 쓰고 싶은 책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K가 늘 꿈꾸던 삶이다. K는 우리 모두 20대 후반이었던 대학원 시절에 만나 지금까지 나의 공부와 삶에 늘 힘이 되어준 유능한 연구자이다. 그.. 2020. 6. 16.
[동화인류학] 신데렐라는 왜 재투성이인가? 신데렐라는 왜 재투성이인가? 나는야 주인공! 개학이 연기되는 바람에 매일매일 넷플렉스에서 영화를 보게 된 둥순과 둥자는 ‘토토로’를 시작으로 ‘포뇨’, ‘키키’, ‘센과 치히로’를 통과해 가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에 푹 빠지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그 위험천만의 모험들 안에서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어머나, 주인공들이 모두 우리 같아!’ 엄마를 잃어버리거나 집을 떠나는 소녀들? 요괴와 꿈으로 뒤섞인 불확실한 세계에서의 모험들? 집 안에서 주는 밥 먹으며 뒹굴거리는 둥시의 팔자가 치히로를 닮았다구? 세상의 중심이 자기입네 하면서 차고 넘치는 애미의 사랑에 빠져 사는 이 공주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옛이야기, 민담, 동화 속 주인공들은 대개 소녀들이다. 이들은 문득 이 세계에 떨어져, 자신의 의지와는.. 2020.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