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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by 북드라망 2025. 1. 6.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간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상처 입은 동물, 부러진 풀줄기의 고통을 가슴으로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어머니 대지는 우리의 살이다. 바위는 우리의 뼈이고, 강물은 우리 혈관을 흐르는 피다. (돈 호세 맞추와[휘촐족 인디언 성자]의 말; 시애틀 추장 외, 『인디언 연설문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엮음, 더숲, 2017, 568쪽)

 

 

태어난 인간의 시야는 참 좁다. 영아기 때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 활동하고,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는 대체로 자기만 생각한다. 사회화란, 나의 행동이 남에게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고려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부단히 아이에게 이 부분을 가르쳐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기본적으로 내가 기분 좋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가지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나도 가지고 싶지만, 친구도 가지고 싶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내 기분을 좋게 하는 어떤 행동이 다른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배워 가며 어른이 된다.

 

그런데 어쩐지 우주적 일체감을 잃어버리면서 우리는 모두 어른이 채 되지 못한 채 유아기에 머물게 된 것 같다. 자연과의 연결을 놓쳐 버리자,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거대한 자아와 자기에게만 머무는 시야다. 연결을 놓쳐 버린 만큼 우리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 이 우주적 일체감을, 연결을, 사고할 수 있게 되면, 그 연결이 일상에 스며들게 되면, 우리의 시선도 타인에게로 다른 존재에게로 자연으로 우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우리 사회의 참혹함이, 그리고 여러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른바 잘사는국가들의 삶이, 절절하게 말하고 있는 건, 바로 이 연결의 회복이 아닐지. “모든 생명 가진 것들과 눈물을 나눠 갖는 법, 하늘에 비가 있듯 사람에게 눈물이 있음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유아인 상태로 자기 세계에서만 살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한 만큼, 지금 바로 우리는 이 배움을 시작해야 한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두 눈이 있고, 하늘에 밤과 낮이 있듯이 사람도 잘 때와 깨어 있을 때가 있다.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있듯이 사람에게 기쁨과 분노가 있고, 하늘에 비와 이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눈물과 콧물이 있다. 하늘에 음양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한기와 열기가 있고, 땅에 샘물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혈맥이 있다. 땅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나듯 사람에게는 모발이 생겨나고, 땅속에 쇠붙이와 돌이 묻혀 있듯이 사람에게는 치아가 있다. (허준,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 임경아·이민정 풀어 읽음, 북드라망, 2014,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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