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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열대공생을향한야생의모험18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그림자 노동 – 거식증과 폭식증 치유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② 사건 그림자 노동 – 거식증과 폭식증 치유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핵심 사건은 부모 구하기이다. 전세계의 신화에는 부모를 살해하는 이야기도 많지만 부모를 구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 거인족 부모들을 살해하고 신들의 왕이 되는 그리스의 제우스 신이나 북유럽 신화의 오딘 신, 또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오이디푸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는 우리 전래동화의 《바리데기》가 있고, 눈먼 아비에게 빛을 주기 위해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이가 있다. 인류의 신화는 부모의 입장에서 미션을 전개하지 않고, 자식의 입장에서 과연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하는지에 관해 탐구했다. 이때 부모란 일차적으로 생물학적 부모라는 의미이지만 .. 2024. 2. 15.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①배경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든다. 치히로의 모험 이상으로 삶을 풍요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은 없다. 이 작품은 무기력하게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확실하게 준다.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청소를 조금 하다 나왔을 뿐인 소녀의 모험담에 어떤 숨겨진 장치가 있기에, 관객은 삶의 지극한 다채로움에 감탄하며 감사하게 되는 것일까? 일차적 원인은 공간 설정에 있다. 아빠와 엄마와 이사를 오게 된 시골의 도로에서부터 갑자기 빠지게 된 저편 세계 온천장까지, 미야자키는 구석구석 엄청난 사물과 사람, 괴물과 신을 배치함으로써 개별 공간의 입체감을 상상 그 이상의 방식으로 엮는다. 마녀 .. 2024. 2. 8.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하늘이 웃는다 《붉은 돼지》② 사건 하늘이 웃는다 《붉은 돼지》는 《마녀 배달부 키키》처럼 마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키키가 빗자루를 타는 마녀의 능력을 잃었다가 다시 찾듯, 붉은 돼지 포르코는 잃어버린 인간의 얼굴을 되찾는다. 날지 않으면 ‘그냥 돼지’가 되고, 인간으로서 날게 되면 ‘파시스트’가 된다. 그래서 인간으로서는 날 수 없고 돼지로 난다. 포르코가 다시 인간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하늘을 나는 인간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체리가 익어 갈 무렵 천상의 시점은 위험하다. 《라퓨타》의 악당 무스카는 지상의 모든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욕심에 빠졌고 결국 모든 권력보다 더한 권력을 쥐겠다며 하늘 위에서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는 지상의 모든 사랑에 고개를 돌렸으며, 부에 대.. 2024. 1. 4.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섬들의 바다, 자율의 하늘 《붉은 돼지》 ① 공간 섬들의 바다, 자율의 하늘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10월 9일 세종시는 한글날을 기념해서 공군의 에어쇼가 있었다. 호수 공원 위 뻥 뚫린 하늘 위로 7대의 블랙 이글스가 날아올 것이라는 예고에 30분 전부터 시민들은 웅성웅성 하늘 기운을 읽었다. 옆에서 아이들이 발 구르기 하는 것도 돌진해 오는 비행기 소리로 착각할 정도로, 모두가 간절히 에어쇼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런 풍경도 하늘 나름이다. 지구 저편의 다른 하늘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비행기가 날아올까봐 두려워 숨는다. 에어쇼는 처음 보았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고 콧방귀를 끼다가, 단단히 뒷통수 맞았다. 열린 하늘 남쪽 끝에서 비행기가 몰려와 꽃잎이 펴지듯 펼쳐지고, 왼쪽.. 2023.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