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탁네트워크103 [기린의 걷다보면] 아버지의 걷기 아버지의 걷기 영화 를 보았다. 노년의 주인공은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공중 화장실 청소부다. 영화가 시작되면 새벽녘 이웃집 할머니의 빗질 소리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부자리를 개키고 세수를 하고 수염을 다듬고 윗방에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고는 작업복을 입고 문 앞에 정리해둔 소지품을 챙기고는 문밖으로 나선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차에 오른다. 차 안에 보관해둔 낡은 테이프들 중에서 하나를 택해 틀어 놓고 캔커피를 마신다.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의 수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변기를 닦고 세면대의 물기를 털어내고 휴지통을 처리하는.. 2024. 12. 10. 『한뼘 양생』 저자강연회 현장을 공개합니다! 『한뼘 양생』 저자강연회 현장을 공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북드라망 & 북튜브 독자 여러분! 지난 11월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문탁 이희경 선생님의 『한뼘 양생』 강연회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고, 그 현장을 문탁넷의 후유샘이 후기로도 남겨 주셨었는데요. 이희경 선생님의 강연을 영상으로도 담았습니다. 나이듦과 돌봄, 죽음, 그리고 공부가 어떻게 선생님의 화두가 되었는지, 그 모두를 겪고 고민하고 공부하는 일상은 어떤 것인지, 강연에 잘 담겨 있습니다. 지금, 잘 나이들고 싶은 모든 분들께 영상을 추천합니다. 2024. 11. 27.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 팬클럽 감자 팬클럽 그 날은 평범한 오후였다. 감자가 한 50일쯤이었을까. 분유 냄새가 폴폴 나는 뽀시래기 시절,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감자랑 하루 종일 붙어있으면서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거실 소파 위에 앉아 다리 위에 아이를 끼워놓고는,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었다. 배부른 아이는 나른하게 누워있고, 모처럼의 평화로운 분위기. 그때 감자는 내 눈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등줄기부터 짜르르 행복감이 느껴졌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 감자를 낳고 밤낮으로 잠도 못 자고, 회복이 늦어서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했던 나날들이었다. 내 배에서 나왔지만,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났고, 나중에는 정신이 없었고, 씻지도 먹지도 못해 사랑스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하지만 그 날 처음 눈이 .. 2024. 11. 5.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의 똥 연대기 감자의 똥 연대기 감자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오줌, 똥을 못 가렸다. 만 3살이 지나,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를 못 뗐으니 말 다 했지. (네이버에 쳐보니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라고 쓰여있다) 발육이 남다른 감자에게 맞는 기저귀 사이즈가 더 이상 없어서, 더 큰 기저귀를 찾으려면 성인용으로 가야 할 판이였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일단 벗기고 팬티를 입혀 놓으면 자신도 축축한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된다나? 그 말을 믿고 덜컥 어린이집 적응과 배변 훈련을 동시에 해버리자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이집 적응도 힘든 마당에 배변 훈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나도 울고, 감.. 2024. 10. 16. 이전 1 ··· 3 4 5 6 7 8 9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