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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약선생의 철학관70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무엇인가? 자기에게 빌려온 자기 현자는 또, 운명을 두려워할 이유도 가지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현자는 자기의 노예나 재산이나 지위뿐만 아니라, 자기의 몸이나 눈과 손, 무릇 인간에게 생활을 애착하도록 만드는 모든 것, 아니, 자기 자신까지도 모두가 허락을 받아 잠시 맡겨진 것으로 헤아리고 있기 때문이며, 자기는 자신에게 빌려서 가져온 것이고, 돌려 달라는 요구가 있으면, 한숨짓거나 슬퍼하지 않고 돌려주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므로 또, 현자는 자기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 왜냐하면 자기는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 모든 것을 부지런하게, 또 용의주도하게 하겠지 - 마치 신을 우러러보며 신을 믿는 자가, 신탁 받은 재산을 지킬 때에 하는 것처럼. (「마음의 평정에 대.. 2013. 4. 17.
중국의 수(數), 건축과 음악과 우주를 말하다 중국사유와 수, 세번째 이야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가리킬 때, 사람들은 보통 우주, 자연, 세계 같은 말들을 사용한다. 그래서 이런 용어들이 엄밀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대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론이나 철학들이라는 의미로 우주론, 자연학, 세계관 등등이 유통된다. 근대 서구철학의 구도에서는 이런 지칭들이 존재론이라는 말로 통할된다. 존재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실재란 무엇인지, 그것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탐구한다. 이를테면 기독교는 창조론에 기반을 두고 존재론을 구성한다. 이 구조에서는 초월적인 신의 세계와 현실 피조물들의 세계 간에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적 세계관은 다의적 세계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 2013. 4. 3.
새로운 삶과 정치를 꿈꾸는 자, 전위가 되라!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 전위는 새로운 삶과 정치를 꿈꾼다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의심할 줄 알아야 행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의심을 찬양한 바 있다. 아마도 실천하려면 따질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의미에서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Chto delat’?, 1902)는 제대로 의심하고, 앞서서 실천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 준 드문 텍스트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언어가 혈혈단신 적진으로 들어간 장수의 호흡처럼 거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레닌도 통념에 자리 잡아 인기를 얻는 데 급급한 사람들과 레닌 자신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다는 점(「서문」)을 분명히 했다. 스스로의 표현대로 레닌은 이들과 전쟁 중이었다. 레닌이 이 책을 쓴 것.. 2013. 3. 20.
혁명을 ‘혁명’한 아웃사이더, 레닌 꿈꾸는 혁명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1917년 7월 9일 레닌(Vladimir Il’ich Lenin, 1870~1924)과 지노비예프는 서둘러 페트로그라드를 빠져나갔다. 3개월 전 레닌은 「4월 테제」에서,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 ‘임시정부 타도!’라고 폭풍처럼 선언했었다. 임시정부는 곧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 스파이로 몰려 도피하는 처지가 되었다. 턱수염을 깎고 가발을 쓴 레닌은 호숫가 마을 라즐리프(Razliv)의 헛간 고미다락에 몸을 숨겼다. 간혹 인근에서 총소리가 나자 그는 “이제 어떻게 죽어야 할지 택해야겠군”이라고 내뱉기도 한다. 그만큼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벼랑 끝. 하지만 그런 긴박한 와중에도 레닌은 은신처 라즐리프의 거센 비바람 그리고 수도 없이 날아드는 모.. 201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