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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북-포토로그] 민들레 홀씨의 계절

by 북드라망 2025. 5. 20.

민들레 홀씨의 계절

 

 

요즘 저는, 지금껏 살아오며 민들레 홀씨를 이토록 간절히 찾아다닌 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어디를 가든 민들레 홀씨만 찾는 26개월 된 딸 때문인데요. 씨앗들을 후~ 하고 불어 날리는 재미에 푹 빠져, 보이는 순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달라고 합니다.

 

딸과 함께 여기저기 다니며, 민들레가 잘 자랄 수 있는 자리를 골라 그곳에 홀씨를 불어줍니다. ‘민들레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반쯤 날아간 민들레, 아직 덜 핀 민들레, 통통하게 열린 민들레까지… 그 생김새(?)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만나게 됩니다. 바야흐로, 완연한 민들레 홀씨의 계절입니다!

 

민들레 홀씨만 눈에 들어오는 저를 보며, 몇 년 전 “요양병원만 눈에 들어온다”고 하셨던 삼촌의 말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으셨는데, 삼촌은 아버지께 맞는 병원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직접 둘러보셨다고 해요. 그러면서 “주변에 이렇게 많은 요양병원이 있는지 몰랐어!”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민들레 홀씨를 찾으며, 또 삼촌의 말을 떠올리며 생각해봅니다. 지금껏 오직 ‘나’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본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그러니까 조금 더 설명하자면, (아직) 건강한 성인 여성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살아온 것 같다는 뜻입니다. 아이 덕분에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할아버지를 통해서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둔 가족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제가 모르는 세계가 무수히 존재하겠지요. 이제는 ‘나’만 생각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평소에 세상이 왜 이렇냐며, 왜 나만 이해받지 못하느냐며 투정을 부렸던 것도 같습니다. 요즘은 그저, 조금은 더 겸손해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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