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만 하는 이야기
- Huckleberry P <Page 64>
송우현(문탁네트워크)
Here’s little story that must be told
(여기 해야만 하는 작은 이야기가 있어)
래퍼 ‘허클베리 피’(이하 헉피)의 <Page 64>의 첫 구절이다. <Page 64>는 헉피의 출신 배경과 래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 자전적 곡이자, 64마디의 구절 안에서 촘촘한 라임(Rhyme)과 깔끔한 서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그리고 헉피는 이런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래퍼란 자고로 ‘성공한 현재’를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그 ‘성공’에는 응당한 서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노래’에서 음악 소개글을 처음 연재하는 나로서도, 이런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나 또한 헉피처럼 래퍼였고(어쩌면 지금도), 내가 들어온 음악들은 힙합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에서,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곡들은 힙합곡이 주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힙합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힙합이 무엇인지, 힙합 문외한들에게 힙합곡은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힙합 입문곡’으로 추천하고 싶은 곡도 역시 <Page 64>다. 이 곡엔 내가 생각하는 힙합의 정수가 담겨 있다. 곡 안에서 하나의 서사를 깔끔하게 풀어내는 ‘스토리 텔링’과, 그 스토리 텔링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장치, 수준 높은 ‘라임(Rhyme)’과 ‘플로우’(Flow)가 그것이다. 힙합곡에서 ‘스토리 텔링’과 ‘라임/플로우’는 독특한 관계를 맺는다. 라임과 플로우는 듣는 재미를 더해주는 작법이지만, 동시에 서사를 풀어내는데 요구되는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이 오묘한 관계 속에서 밸런스를 잘 맞추어 내는 게, 즉 서사의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라임을 구성해 내는 게 곧 래퍼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다.
<Page 64>에서 헉피의 역량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을 후반부의 ‘빡빡머리’ 라인이다. ‘빡빡머리(또)’, ‘홍대놀이(터)’로 단어를 쪼개면서 라임을 준 것도 재밌지만 뒤에 ‘Freestyle’로 이어지는 새로운 라임 형성과 자연스럽게 내용의 흐름을 이어가는 부분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낸다. 헉피가 그려내는 힙합의 정수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한 번은 헉피의 ‘스토리 텔링’에 집중해서, 한 번은 헉피의 ‘라임과 플로우’에 집중해서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입대 전에도, 전역 후에도 빡빡머리
또 입대 전에도, 전역 후에도 홍대놀이터에서 Freestyle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이들은 Rap attack, freestyle town
을 만들었고 그 안에 있던 이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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