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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스님, 『나와 가족 그리고 가까운 이들을 그냥 좋아하기』 ‘기대’하는 습관 내려놓기

by 북드라망 2022. 6. 10.

정화스님, 『나와 가족 그리고 가까운 이들을 그냥 좋아하기』 
‘기대’하는 습관 내려놓기

 

내려놓는 연습은 예측된 미래가 현상하더라도 그것을 탐하지 않고, 예측되지 않은 미래가 나타나더라도 그것으로 화내지 않는 마음흐름을 유지케 하여 불안한 현재를 만들지 않는 지혜를 체화하는 일입니다. 일어나는 일들이 마음에 드느냐 안드느냐를 가지고 힘들어하는 것은 사건들이 자신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마음은 사건의 흐름에 대한 무지를 상속받고 상속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바람과 판단이 삶을 괴롭게 한다는 것을 사무치게 알아차려야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가까운 이들을 그냥 좋아하기』, <자비심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중에서, 정화 지음, 북드라망, 56쪽)

 

일상을 지내다 보면 “예측된 미래”로 살아가고자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소소하게나마 아니 인생의 큰 마디를 넘을 때조차 나름의 ‘기대’를 하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시험 기간이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볼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남은 시험에서 모두 100점을 맞는다는 가정아래 전체 평균을 내보았고, 육아하느라 바쁜 요즘에는 ‘다음 주에는 이번 주보다 편하겠지’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취직을 준비하면서는 ‘합격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늘 그렇듯 그다음 날의 시험도 준비한 만큼 결과를 얻을 뿐이요, 육아를 하면서도 크고 작은 이벤트가 생겨 ‘조금 편하겠지’라는 기대는 번번이 무너진다.

 

인용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 마음은 “불안한 현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불안은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봐 하는 걱정에서 만들어지는 상태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은 늘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의심해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문제는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이 아니라, 매번 내가 하게 되는 ‘기대’에 있다고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생명계의 흐름은 필연과 우연의 여러 조건들이 만나게 되면서 갖가지 사건·사물들이 현상하고 있다”(같은 책, 56쪽)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이 온갖 중첩된 사건·사물들을 만나는 장이라는 문장을 마주했을 때, 한낱 나라는 작은 인간이 어떤 의도로 세상을 예측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명계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 아닐까? ‘기대’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해본다면 조금 더 담담한 일상, 불안하지 않은 일상을 살아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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