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 전공자의 지아장커 영화 읽기,
『지아장커, 세계의 그늘을 비추는 거울』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북드라망’의 자매 브랜드 ‘봄날의박씨’에서 나온 책입니다. 얼마 전 올해 칸 영화제에서 공식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화제가 되었지요. 당시 이창동 감독의 작품과 더불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만비키’ 그리고 지아장커 감독의 ‘애시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가 현지의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중일 세 나라를 대표하는 감독들인데, 이 분들이 물론 스타일은 모두 다르지만 저에게는 어떤 공통적인 부분들이 더 강하게 다가오네요. 아무튼 이제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아장커의 새로운 영화가 또 기대됩니다.
‘봄날의박씨’에서 이번에 출간한 책은 『지아장커, 세계의 그늘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제는 ‘샤오우에서 천주정까지 지아장커 영화의 리얼리즘’이고요.
이 책의 저자는 지난 달 전 20권으로 완역된 루쉰전집을 번역한 루쉰전집번역위원회를 이끈 분이며 중국문학자이신 유세종 선생님이십니다. 유세종 선생님께서는 루쉰과 지아장커와의 만남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물론 지아장커에게 있어 그의 영화가 투창과 비수라고 말하려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아주 냉정한 어조로 자신의 영화가 낙후된 것을 바꿀 수 있다거나 무언가를 전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지아장커의 <샤오우>를 처음 보았을 때 온몸으로 느꼈던 불편함을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하고 있다. 매캐한 먼지 속에 꼬질꼬질한 차림새, 소매치기를 하며 겨우 존재하는 소년, 남루한 일상과 그에 반비례하는 소년의 높은 자존심의 불편한 부조화. 그것은 모종의 ‘루쉰적 동질성’으로 내게 충격처럼 다가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아Q정전」을 읽었을 때 느낀 불편함과 비애였다. 비장하고 숭고한 비애와는 거리가 먼, 외롭고 쓸쓸하고 어두운 비애. 그러한 감정이 와 닿는 순간 필자는 <샤오우>를 단숨에 볼 수가 없음을 알아차렸다. 무언가 준비를 해야 했던 것이다. 다가올 불편함과 고통, 분노, 비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 같은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이후 지아장커는 내게 ‘영화계의 루쉰’이라는 범주에서 거의 벗어나 있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이것이 이 지아장커론의 핵심이자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그의 변화가 여러모로 논의되고 있고 한편으로 비판도 받고 있지만 필자는 여전히 그가 루쉰 정신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재현의 근본 정신과 근본 원리에서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필자가 지아장커를 만난 것은 어떤 면에서 루쉰 연구의 연장선이었던 셈이고 이 책은 그것의 작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아장커의 영화를 통해 중국 사회의 이면과 사람들에 다가가 보려 했기에 이 책에서는 개혁·개방 정책 이래 급속도로 대국으로서 굴기해 온 중국의 이면에 존재하는 하층 타자들―무직 청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거나 노동 현장에서 사고사하는 노동자, 수몰 지구의 철거노동자, 권총 강도 등등―의 모습에 주목합니다. <샤오우>에서 <천주정>까지, 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담히, 동시에 예술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지아장커의 영화는,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않고 ‘현실’로부터 모든 예술적 영감과 기법을 길어 올린”다는 점에서 루쉰과도 닮아 있으며, 현대 중국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독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루쉰전집과 함께 지아장커의 영화도 만나 보시고, 또 이 책 『지아장커, 세계의 그늘을 비추는 거울』까지 내처 읽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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