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밝히는 책,
『낭송 사자소학』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사자소학』은 어떤 책이기에, 낭송을 위한 텍스트 중 『사자소학』을 선택하셨나요?
김고은: 『사자소학』은 ‘나’를 밝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즐겁게 그 일을 합시다!’와 같은 말 대신 내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이야기만 한가득 실려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을 소개할 때 자신이 가진 기호나 성향을 내보입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나, 레오파드 무늬는 싫어하는 나. 하지만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로 ‘나’를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SNS에서도 누군가들의 친구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자소학』에서는 누구와의 관계가 나를 구성하는지, 어떤 사람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비로소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살면 좋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를 구성하는 관계를 살펴본 뒤, 다시 나로 돌아와 수신(修身)을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사자소학』이 ‘나’라는 존재를 밝히는 방법입니다.
이수민: 『사자소학』은 『소학』을 외우기 쉽게 요약해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학』은 12세기 주자가 초학자(어린아이)들이 자기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부터 배워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정리한 책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가장 가까운 나와 가족들 간에 지켜야 하는 예절, 일상생활에서 자기 주변을 정리 정돈하는 습관에 관한 것들로부터 시작합니다. 『소학』의 내용은 4, 50대 어른들이 읽어도 본인들이 부모님들께 들었던 잔소리가 떠오를 정도로, 『소학』을 공부하다 보면 지금 생활과 맞지 않은 부분들도 꽤 있기 때문에 답답하거나 지루한 감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일정 부분 『소학』의 내용들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소학』은 연령이 6살에서 10살 내외의 아이들에게 가르치는데 이때 이러한 내용들을 가르쳐서 몸에 익히도록 한 것은 옛사람들의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자소학』은 짧게 내용을 외울 수 있도록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몸에 익힐 수 있는 책입니다.
2. 『낭송 사자소학』이 기존에 출간된 『사자소학』과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고은: 『사자소학』은 오래된 책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만의 맥락으로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저처럼 옛 유교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읽을 수도 있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는 방식으로도, 다른 세대를 이해하는 방식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책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엔 낭송만 한 방법이 없습니다. 옛 서당의 학동들이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몸으로 체득했듯이, 소리 내어 읽으면 온몸으로 책의 이야기들을 곱씹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낭송 사자소학』은 재밌게 낭송할 수 있는 데 중점을 두고서 원문을 옮겼습니다.
이수민: 『낭송 사자소학』이 기존에 출간된 『사자소학』과 다른 점은 편집의 순서를 나에게 시작해서 점차 사회적 관계들로 확장해 나갔다는 점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읽었을 때 자기의 존재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현재 우리는 ‘나’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것에 매우 익숙합니다. 그러나 ‘나’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한 관계 속에 존재한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관계 속에서의 자기의 위치, 혹은 역할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자소학』이 원래 어린이를 위한 교재였던 것처럼 『낭송 사자소학』도 그에 맞게 어렵지 않은 단어를 사용해서 풀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풀어 쓴 말들이 오히려 어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어서 적절하게 배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3.흔히 처음 하는 한문공부로 떠올리는 텍스트는 『천자문』일 텐데요, 『사자소학』과 『천자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고은: 『사자소학』과 『천자문』은 모두 서당의 교재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천자문』이 모두 다른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면, 『사자소학』은 1280자 중 약 1/3 정도만이 겹치지 않는 글자입니다. 『천자문』이 많은 한자를 학습하기에 적절하다면, 『사자소학』은 자주 쓰이는 한자들의 용례를 공부하기 더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사자소학』에서 ‘親’ 자는 ‘친구’, ‘친척’과 같은 명사형과 ‘친하다’와 같은 동사형이 모두 쓰이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사자소학』의 판본이 마을마다 다르다는 것도 『천자문』과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가 책 안에 녹아 들어간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는 『사자소학』이 『천자문』처럼 철학이나 역사를 담은 책이 아니라, 생활의 윤리를 담은 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수민: 『천자문』은 일종의 단어집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텍스트인데 반해서 『사자소학』은 생활지침을 잘 외우기 위해 네 글자로 맞추어 놓은 텍스트입니다. 그래서 『천자문』에 비해서는 『사자소학』은 비교적 쉬운 글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겹치는 글자가 많아 사용된 한자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배우기가 훨씬 쉽습니다. 또 『천자문』을 대부분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해서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광범위하고 깊이가 있어서 쉽지 않습니다. 『천자문』은 중국의 천문, 지리, 역사, 철학 등등 실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사자소학』은 일종의 생활 매뉴얼입니다. 글자 수를 최대한 줄이고 일종의 라임을 맞추어 쓴 것으로 잘 외울 수 있게 하는 것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앞으로 『낭송 사자소학』을 읽게 될 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김고은: 『낭송 사자소학』은 옛사람들의 생활윤리가 담긴 책입니다. 책의 첫 구절인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셨다”는 누구나 들어보았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옛적의 생활윤리는 많이 들어봤기 때문에 잘 아는 것이라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조금이라도 들춰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옛사람들이 자신을 구축하는 방식이, 타인과 관계 맺는 마음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책의 마지막은 염려의 목소리로 마무리됩니다. “내 말은 늙은이의 망령이 아니라, 성인의 가르침이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 문장들을 늙은이의 망령이 아니라, 성인의 가르침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글쓴이도 풀어 옮긴이도 아닌 독자 여러분들뿐입니다. 책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가 자신만의 『낭송 사자소학』을 찾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수민: 『사자소학』을 처음 접했을 때, 어른들은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지루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이런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면 아이들은 그다지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요즘은 『사자소학』에 들어 있는 부모님에 대한 효, 형제간에 우애, 친구 사이의 신의 같은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자소학』은 오히려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 보고, 자기 행동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버릇없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는 않고, 기죽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마음대로 행동하라고 해놓고, 좀 더 나이가 들었다고 스스로 예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릴 때 이런 것들을 잘 가르쳐야 커서 좋은 어른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낭송 사자소학』을 풀어 쓰면서 이 책의 내용들이 현재 모두 유용하진 않더라도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함께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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