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드라망의 새 글 [기린의 걷다보면] 계속 걷다 계속 걷다 1. 걷기의 장면들 5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걷기로 먹은 마음을 접기는 싫었다. 어디로 걸을까 하다 성남에 사는 친구가 떠올랐다. 친구에게 전해 줄 물건을 담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가늘게 내리는 비는 죽전을 지나 성남으로 이어지는 탄천으로 접어들었을 때도 멈추지 않았다. 친구의 집을 절반 쯤 남긴 이매교를 지나서부터는 점점 더 굵어졌다. 모란을 지날 때는 비옷 안으로 물이 들이쳐 옷이 젖고 넘치는 탄천의 물로 신발은 물로 가득 찼다. 더 이상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그저 물길을 첨벙첨벙 걸어서 친구 집 앞에 도착해 전화를 했다. 친구는 집에 없었다. 미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는 친구에게 괜찮다고 대답했다. 빗속을 네 시간, .. 2025.04.10 [돼지만나러갑니다] 퀴어 동물의 섹스, 그리고 돌봄 퀴어 동물의 섹스, 그리고 돌봄- 하마노 지히로,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연립서가 경덕(문탁 네트워크)도나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그녀의 여성 반려견 미즈 카옌 페퍼와의 교감 장면을 다음과 같이 쓴다. “미즈 카옌 페퍼가 내 세포를 몽땅 식민화하고 있다. 이는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가 말하는 공생발생의 분명한 사례다. DNA 검사를 해보면 우리 둘 사이에 감염이 이루어졌다는 유력한 증거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한다. 카옌의 침에는 당연히 바이러스 벡터가 있었을 것이다. 카옌이 거침 없이 들이미는 혓바닥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 우리는 서로를 살 속에 만들어 넣는다. 서로 너무 다르면서도 그렇기에 소중한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저분한 발달성 감염을 살로 표현한다. .. 2025.04.09 [북-포토로그] 내가 가진 책 중 가장 나이 많은 책 내가 가진 책 중 가장 나이 많은 책 『한국단편문학전집』 4권.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오래된 책이다. 양장본 껍데기 케이스는 너무 낡아서 책을 넣거나 꺼내거나 할 때마다 끝이 바스러져서 가루가 날릴 정도다. ;;; 책의 나이는 판권에 나온다. 판권을 보면 1958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1965년에 증보신판이 발행되었다. 내가 가진 책은 1966년에 발행된 증보5판이다. 5월에 발행되었으니, 만으로 거의 60년이 된 책이다. 가격은 530원. 1966년의 짜장면 값이 30원 정도였다니, 꽤 비싼 값이다. 어렸을 때 우리집에는 이 『한국단편문학전집』 이 네다섯 권 있었는데, 지금 남은 것은 이것 한 권뿐이다. 내가 이 4권만 따로 보관하고 챙겨온 이유는 바로 한 작품 때문이다. 강신재의 .. 2025.04.08 [나의 은퇴 이야기] 밟지 않은 땅을 의지하기 밟지 않은 땅을 의지하기 희수(고전비평공간 규문) 1.달라진 출근길 벽돌이 든 것 같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혜화역에 내린다. 중얼중얼 논어의 문장을 암송한다. 자왈, 불환인지부기지 환부지인야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알아보지 못할까 근심해야 한다. 논어, 학이 16장), 자왈,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옹야 18장) 논어를 읽고 각 챕터마다 자신이 픽한 문장 가운데 선정된 다섯 구절을 암기하는 과제를 수행 중이다. 올해 초부터 사서와 노장을 일요일과 수요일에 공부한다. 혜화역에서 규문까지 가는 길은 춥기도 했고.. 2025.04.07 [지금, 이 노래] 공부를 할 때 틀어놓는 음악_Olivia Belli - Bet Ha-Chaim 공부를 할 때 틀어놓는 음악_Olivia Belli - Bet Ha-Chaim 정군(문탁네트워크) 오늘은 '이 노래'라는 코너명과는 조금 다르게, 공부할 때 틀어놓기 좋은 음악? 채널?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공부할 때 무슨 음악을 듣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뭘 외워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리고 읽고 쓰는 게 그 공부의 주된 과제라면 '음악'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만, 읽어야하고 써야 하기 때문에 가사가 있는 음악은 별로 좋지 않다. 나의 경우엔 그렇다. 그러니까, 가사가 없는 음악은 읽고 있는 글, 쓰고 있는 글과 꽤 궁합이 좋다. 공기의 진동과 생각의 진동이 동조현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감각이 공부의 시름(?)을 잊게 한달까? 아무튼, 그런 순간에 듣는 곡들이 .. 2025.04.04 [내가 만난 융] 마음의 갈피를 잡자! (1) 마음의 갈피를 잡자! (1) 지산씨 (사이재) 심리학은 생물학도 생리학도 그 밖의 어떤 과학도 아닌 ‘심혼에 대한 지식’이다. (칼 융,『원형과 무의식』, 솔출판사, 1990, 141쪽) 마음, 모르고 싶다! 칼 융의 저작은 이성, 의식, 의지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설명한다는 게 얼마나 무색하고 쓸모없는 짓인지를 보여준다. 융이 상대했던 사람들은 신경증이나 분열증을 앓던 환자였지만,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 또한 느닷없는 강박, 공포, 불안, 콤플렉스를 겪는다. 이성 너머에서, 의식 저편에서 어떤 정신들이, 어떤 신체적 현상들이 불쑥 솟아 나와 인간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런 사로잡힘은 인간의 의지로 제압되지 않는다. 우리도 어렴풋이 알기는 안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누군가는 이유 없.. 2025.04.03 more 북드라망의 신간들 인문학 공부를 만나 병과 환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이여민 선생님의 『동네 병원 인문학』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수영 선생님의 신간 『칸트 예지계 강의』가 출간되었습니다. 망치지 않고 떠나지 않고, 지구에서 함께 살기 - 신간 『자본주의와 생태주의 강의』가 출간되었습니다. 성태용 선생님의 신간 『지혜로운 삶을 위한 동양사상 강의』가 출간되었습니다. 활기(animacy) 가득한 생명력의 일상―오선민 샘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이 출간되었습니다! 스스로 삶을 돌보는 기예―‘양생’을 키워드로 읽어낸 나이듦과 돌봄 그리고 죽음!취약한 몸들의 따뜻한 연대를 상상하는 책―문탁샘의 『한뼘 양생』이 출간되었습니다! 붓다와 그리스도는 무엇이 다른가? 불교의 정신은 무엇인가? 불교와 칸트철학의 공통점은? 대담으로 만나는 불교 이야기!―『유쾌한 불교』가 출간되었습니다! 서로에게 기대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 인터뷰집―신간 『불화와 연결』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나키즘의 이상과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열렬한 추구 원조 ‘센 언니’ 엠마 골드만을 만나다! 불만족이 사라진 삶을 사는 법―신간 『정화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에서 알려드립니다! 또 한번 ‘인생 주역’을 만날 시간! ― 10인의 필자가 주역 64괘를 통해 써나간 인문학 공부 실전 보고서, 『내 인생의 주역 2』가 출간되었습니다! ‘찬탈자’와 ‘폭군’의 반전 모습! 현장형 정치가 세조(수양대군) + 평범한 왕 연산군을 만날 수 있는―『낭송 세조·예종실록』과 『낭송 연산군일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인문 고전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신간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고전 다시 쓰기, 다시 읽기 붐을 일으켰던 그 책―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20주년 기념 리커버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제자백가의 대표도서들을 깊고 넓게 읽을 수 있는 기회, ‘독학자의 공부’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사주명리학 첫걸음 뗄 때 딱 좋은 책!―『간지서당』이 출간되었습니다! 북튜브 출판사의 신간 『시경 강의 3』이 출간되었습니다!! 레비-스트로스와 함께하는 신화 요리 정찬―『신화의 식탁 위로』가 출간되었습니다! 북튜브 출판사의 신간 『지금, 여기에서 깨닫는 유마경 강의』가 출간되었습니다!! 원자론에서 배우는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청년, 루크레티우스를 만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 인터뷰집―『함께 살 수 있을까』가 출간되었습니다! 북튜브 출판사의 신간 『니체 강의 : 전복의 사유와 변신의 기술』이 출간되었습니다!! 북튜브 출판사 신간 『바가와드 기타 강의』가 출간되었습니다!! 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