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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카프카와 함께22

프란츠 카프카, 유령들이 출몰하는 나라 프란츠 카프카, 유령들이 출몰하는 나라 1. 오래된 쪽지의 저주 「낡은 쪽지」는 카프카가 1917년에 쓰고, 1919년 작품집 『시골의사』에 발표한 단편 작품입니다. 원래 제목은 ‘중국에서 온 오래된 쪽지(Ein altes Blatt; An Old Manuscript)’예요. 오래 전에 씌어졌던 것, 먼 곳으로부터 온 것. 카프카는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에 놓인 아득한 거리를 이야기해보려 했습니다. 오래된 쪽지는 왜 이제야 도착하는 걸까요? 이제 와서 뭘 어쩌라구? 쪽지 안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먼 곳의 발신자는 황제의 궁궐 앞 광장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사람입니다. 쪽지 속의 그는 갑자기 쳐들어온 유목민을 아연질색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목민들이 수도의 모든 것들을 뜯어 먹고 있었죠. 그들이 딱히 무력을.. 2017. 10. 12.
카프카의 창, 카프카의 사랑 카프카의 창, 카프카의 사랑 1. 연애는 그의 힘 카프카는 1912년 9월부터 1912년 12월 사이에 중편 세 작품 「선고」(1912.9.22.~23.),「화부」(1912.9.25.), 「변신」(1912.11.18.~11.19, 1912.12.6. 탈고)을 완성했습니다. 카프카는 이 시기에 고쳐쓰고 있던 많은 단편들을 완성했으며, 새로운 형태로 단편집을 구상해보기도 했지요. 분량으로 보면 그가 생전에 ‘발표’했던 작품 중 반 정도가 이 시기에 쓰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고」는 카프카가 스스로 만족했던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였는데요, 그 탄생과정이 대단히 신비로웠습니다. ‘오늘도 못 썼다’, ‘써야만 한다’라는 카프카식 반성과 다짐 없이 단숨에 완성되었던 것이죠. 그의 특기인 문단, 문장, .. 2017. 9. 13.
카프카를 만난다는 것 : 카프카의 두 친구에 대하여 카프카를 만난다는 것 : 카프카의 두 친구에 대하여 1. 막스 브로트 카프카를 카프카로 만들어준 대표적인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막스 브로트(Max Brod : 1884~1968)로 그는 청년 시절부터 카프카의 절친이었지요. 두 사람은 하루에 두 번 이상 만날 때도 있었고 종종 새벽까지 함께 공부했습니다. 파리며 바이마르며 온갖 곳을 문학 예술을 탐구하기 위해 같이 여행하기도 했구요. 카프카는 일기에서 오직 브로트와만 여행하고 싶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카프카 생전에는 브로트가 카프카보다 훨씬 더 유명한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브로트는 자신의 임무란 카프카의 작품을 세상에 내어 놓고, 카프카의 세계를 보다 확장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프카를 만나 자신의 인생이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워졌다고 .. 2017. 8. 16.
카프카의 일기 : 굶기의 예술 카프카의 일기 : 굶기의 예술 일기는 자신이 노출되어 있는 위험스러운 변신을 예감할 때, 작가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해서 작성한 일련의 지표들이다. 그것은 여전히 나아갈 수 있는 길, 다른 길을 들러 살펴보고 때로는 앞지르는 일종의 순찰의 길이다. 떠돎이 끝없는 임무가 되는 다른 길.(모리스 블랑쇼,「‘일기’에의 의지」,『문학의 공간』) 1. 어느 단신 광대 카프카는 후두 결핵으로 죽기 직전에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최후로 교정을 보고 있던 작품집이 『어느 단식 광대』(1924)이지요. 이 안에 수록된 작품 「어느 단식 광대」에는 굶기에 도전하는 예술가가 나옵니다. ‘매 순간’ 굶음으로써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곳에 이르려고 했던 단식 광대. 먹음을 벗고, 의복을 벗고, 인간으.. 2017.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