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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메이지 헌법의 구성과 신체성 - (3) 메이지 헌법의 구성과 신체성 - (3) 소위 ’시라스[しらす]‘라는 것은 즉 통치를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역대의 천황은 이 천직을 중시해,군주의 덕은 팔주신민(八州臣民)을 통치하기 위해 있고,일인일가에 향봉(享奉)하는 사사로움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었다.이것은 이 헌법에서도 의거하는 기초가 되는 바이다.─伊藤博文, 『헌법의해(憲法義解)』(1889) ‘통치’와 ‘시라스’​ 앞서 『헌법의해』와 「군인칙유」, 「칙어연의」에서 보았듯이 이러한 새로운 통치모델은 후쿠자와의 국체론과 대비를 이루면서 천황의 권력을 강화하는 신체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처럼 머리와 사지를 상하 수직적인 명령 관계로 파악하는 신체성 속에서 다양한 바디폴리틱은 천황 중심의 단일한 신체모델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이노우에 코와시(井上毅.. 2019. 3. 7.
마르틴 하이데거, 『근본개념들』 - '잊어버린 앎'을 깨닫는 일 마르틴 하이데거, 『근본개념들』 - '잊어버린 앎'을 깨닫는 일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생각하는 주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인류 역사 전체를 볼 때, 현재처럼 보관된 지식의 양이나 증가속도, 이동속도 등이 폭발한 적은 없었다. 현대는 그야말로 '지식의 낙원'이라 할 만하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지식이 빠르게 늘어나고, 빠르게 이동하는 중에 무언가 한가지 끊임없이 잊혀지고 있는 게 있는 것 같다. 하이데거의 문제설정이 출발하는 곳도 바로 그 지점이다. '잊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성'일 수도 있을 테고, '본질'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그리고 하이데거라면 아마도 '존재'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눈에 보이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도 있는 현상 아래에 감춰.. 2019. 3. 6.
조나던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미스 리틀 선샤인』- 가족이라는 ‘홈 패인 공간’ 가족이라는 ‘홈 패인 공간’조나던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미스 리틀 선샤인』 필자의 말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성공으로 향하는 9단계’를 강의하는 아버지는 보잘 것 없는 출판 계약 하나만 바라봐야 하는 실패자다. 어머니는 몇 주에 걸쳐 저녁 식사를 패스트푸드와 종이 식기로 때우는 중이다. 할아버지는 마.. 2019. 3. 5.
다시 아이와 나 - 누군가를 위한, 결국은 나를 위한 다시 아이와 나 - 누군가를 위한, 결국은 나를 위한 난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다. 타인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것이 힘들다. 내 일신의 편안함과 이익이 무엇보다 먼저다. 이타적인 척 하면서 남을 도우려 하지만, 속마음에서는 찌질한 계산을 하고 있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저 사람에게 이러저러한 보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니면 저 사람은 과거에 나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이에 상응하는 보답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를 고민한다. 술자리에서 호탕하게 ‘내가 쏜다!’고 이야기 하지만, 속으로는 돈 계산을 하는 ‘나’란 사람은 참 저급하면서도 없어 보이게 이기적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갑자기 아빠가 되었지만,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의 벅차오르던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 2019.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