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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

조선 건국 후 펼쳐진 왕자의 난, 별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by 북드라망 2014. 3. 10.

아버지와 아들과 ‘작은엄마’ 그리고 별


요즘 주말 밤마다 중년 남성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정통 대하사극 <정도전>이 인기라지요? 그 인기에 편승하여 ‘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을 <정도전>으로 하여 볼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런 건 스포일러라고 할 수 없을 테니 마음 놓고 말하겠습니다.


정도전 죽어요;;;


설마 몰랐던 분들 없으시죠?



(음매해애애… ‘응사’의 양 소리;;) 예…… 다들 아시다시피, 정도전은 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의 손에 죽임을 당하게 되지요. 장자 계승 원칙이라는 명분 아래(본인은 셋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셨지요, 결국;;), 이방원은 세자로 책봉되어 있던 이복동생 방석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자신의 형 방과를 앉힙니다. 방원과 달리 정치적 야욕이 없던 방과는 자신을 세자 자리에 올린 동생 때문에 불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인데, 자식들끼리 의가 상하는 것도 모자라 서로 죽이는 지경에 이른 꼴을 본 아버지 이성계는 그런 방과에게 왕위를 휙 던져 주기까지 합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나라는 나라대로…… 불평지기와 ‘불편’지기가 땅에 가득하였으니 하늘이라고 편할 리가 있나요. 하늘도 난리가 납니다.  


태조 이성계가 둘째 아들 방과(후일 정종. 첫째 아들은 이미 사망했기에 방과가 실질적인 장자였습니다. 그래서 방원이 방과를 세자로 세운 것이구요)에게 왕위를 넘기던 그날의 기록입니다.


달이 토성(土星)을 범하고, 유성(流星)이 구진(句陳)에서 나와 서쪽으로 흘러가고, 또 오거성(五車星)에서 나와 팔곡성(八穀星)의 분야로 들어가고, 금성(金星)이 태미성(太微星)의 우액문중(右掖門中)에 있었다.(태조 7년 9월 5일, 1398년)


이제 겨우, 『별자리서당 : 삶의 지혜가 담긴 동양별자리 이야기』 편집을 마쳤을 뿐인 저의 눈에도 심상치 않은 상황입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여기서부터의 해석은 『별자리서당』을 통해 획득한 저의 ‘감’에 기초한 것입니다. 사실과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 추석에도 달이 토성을 가리는 '토성엄폐'가 일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두둥!

먼저, 토성. 오성 중 하나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목화토금수, 오행의 성질을 그대로 적용시키면 됩니다. 토성은 방위상 중앙이고 또 그래서 천자나 임금을 뜻하는 별입니다(『별자리서당』, 95쪽). 그런 토성을 달이 범하는 변고가 일어났습니다. 임금인 태조가 왕위에서 물러나게 된 상황이 밤하늘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듯합니다. 또 『천문류초』에서는 달이 토성을 먹게[蝕] 되면 살인이 많이 난다고 했는데, 1년 후 있을 2차 왕자의 난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구진은 『별자리서당』에 ‘구진대성’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103쪽). 자미원(紫微垣)의 안주인인 왕비의 별입니다. 태조의 왕비는 신덕왕후 강씨. 1차 왕자의 난 당시에는 이미 사망(1396)한 상태긴 했지만 왕비를 뜻하는 이 별에서 유성이 나와 하필 서쪽으로 흘러갔답니다. 서쪽, 하면, 금 기운이고, 금은 잘라내고, 떨어뜨리는 기운이지요. 왕자의 난 때 강씨의 소생 방석과 방번이 죽게 된 것을 뜻하는 듯합니다. 


신덕왕후 강씨에 대해 조금만 더 설명을 드리자면 태조 이성계의 두번째 부인으로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둘의 만남은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야망으로 가득한 남자와 그 남자가 원하는 부와 권력을 쥔 어린 여자(나이차 21세). 남자에겐 처와 장성한 자식까지 있었으나 그런 것쯤이야! 결국 결혼에 성공. 남자와 본처 소생 아들까지 함께 주물럭주물럭하여 조선 건국. 본처는 건국 1년 전 사망. 자연스럽게 왕비로 등극(서열상 본처는 차비. 본처소생들 조금씩 부글부글). 사망 후 남자(이성계)는 날이면 날마다 재를 올리는 지극 정성에 여자를 왕후로 추봉. 이로 인해 본처는 후궁으로 지위 하락(전처소생들 완전 부글부글). 그걸로도 모자라 남자는 여자의 자식을 후계자로 선택. 여기서 전처소생 완전 폭발, 특히 이방원. 그래서 터진 사건이 1차 왕자의 난, 이었습죠.


아빠의 넘치는 ‘작은엄마’ 사랑으로 인해 아들끼리 골육상쟁을 벌였던 비극이 하늘에서는 유성으로 (지금 저희가 보기엔)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네요. 흑. 참, 영화 <건축학개론>이 관객들에게 던졌던 질문(응?), ‘정릉은 누구의 묘인가?’(<건축학개론>이 TV에서 방영됐을 때 일 질문 직후 검색어 1위가 정릉이었지요ㅋㅋ 저도 검색한 1인;;;), 기억하시나요? 네, 정릉이 바로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입니다. 앞서 태조가 강씨 사후에 매일 재를 올렸다고 하였지요. 그러려면 가까이 있어야 했겠지요. 경복궁과 아주 가까운 지금의 정동(덕수궁 부근)에 묘가 있었는데 이방원이 태조 사후 지금의 위치(서울 성북구)로 이장시키고 왕비릉 같지도 않게 파괴시켰다고 합니다(그때까지도 ‘작은엄마’에 대한 분이 가시지 않았나 봅니다). 이런 개인적인 트라우마 때문이었는지 태종은 적서의 구별에 아주 엄격했습니다(물론 고려의 관습에 따라 강씨와 방석 형제는 첩도, 서자도 아니었지만… 태종 입장에서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겠지요). 서얼들의 관직 진출을 막은 것도 태종 때부터라고 합니다.  





이제 유성이(라는 ‘주어’는 없지만;;) 오거성에서 나와 팔곡성의 분야로 들어갔다, 는 말을 살펴볼까요? 오거성에 대한 설명도 『별자리서당』에 있습니다, 211쪽입니다.^^ 오거성은 서방백호 7수 중 사냥꾼의 별이자 하늘의 그물을 뜻하는 필수(畢宿)에 속해 있는 별입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5, 다섯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필수에 속한 별 중 꼭 봐 둬야 할 것은 필수의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오거성이란 별자리다. 이 별은 이름 그대로 하늘의 다섯 수레다. ‘천자의 수레’라고도 한다. 북두칠성이 천자가 순수(巡狩)를 행할 때 타고 다닌 수레라면, 오거성은 수확철의 풍요를 주관하는 수레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것은 다섯 별이 각기 다른 용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 서북쪽의 별은 천고(天庫)라 하여 콩을 주관하며, 동북쪽의 별은 천옥(天獄)이라 하여 쌀을 주관한다. 동남쪽의 별은 천창(天倉)이라 하여 삼베[麻]를 주관하고, 중앙의 별은 사공(司空)이라 하여 기장과 조를 주관한다. 마지막, 서남쪽의 별 경(卿)은 보리를 주관한다. 이 다섯 수레는 자신들의 짐칸에 실린 다섯 곡식을 주관하기에, 그 별의 밝기를 보고 해당 작물의 작황을 점쳤다.(『별자리서당』, 211~212쪽)


1398년에 떴던 오거성을 보고도 마음 편안히 올해 작황을 점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지금 펼쳐진 사건의 흐름상 그것은 아닌 것 같고…, 잘은 모르겠지만 유성이 서방7수의 영역(오거성)에서 자미원의 영역(팔곡성)으로 들어갔다는 데 힌트가 있는 듯합니다. 자미원은 천자의 영역, 즉 임금의 공간입니다. 그런 곳에, 단순히 휙 떨어지고 마는 유성일지라도 뭔가 침범했다 하는 것은 불길한 일이지요. 게다가 그것은 서쪽으로부터, 피 냄새가 물씬 나는 금 기운을 안고 온 별이 아닙니까.
 

이와 함께 태백성이 자미성의 우액문중에 있었다는 말도 불길하긴 마찬가지. 태백성은 금성(金星)의 옛이름입니다. 역시 방위로는 서방인 데다, ‘군대의 상’이라고 합니다. 우액문이란 실제 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미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부분(이 역시 별이 아닙니다)을 단문이라 하는데 그 오른쪽의 우집법(右執法)이란 별 쪽으로 치우쳐진 곳을 우액문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문을 넘으면 이제 자미원의 오제좌(五帝座)로 진출하게 되는 것인데요. 금성이 오제좌에 들어가면 병란이 궁궐 안에서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우액문‘중’에 있었다는 것은 문턱을 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래서일까요? 2차 왕자의 난은 궁궐이 아닌 개경 선죽교 부근에서 있었답니다.
 

좌우간 정종이 즉위하던 날부터 파란을 예고했던 하늘은 역시나 편안하지가 않습니다. 해가 바뀌고 봄이 되자 이번에는 동방청룡 7수의 항수(亢宿)에 변고가 생깁니다. 그 이야기는 『별자리서당』 117쪽에 잘 나와 있습니다. 전 오늘 좀 길게 썼더니 팔이 아파서…(^^;;). 대신 무슨 사건인가, 힌트를 담은 그림을 한 장 드리고 가겠습니다.





찾으셨나요? 못 찾으셨거나 찾으셨거나, 책을 통해서 꼭(!) 확인해 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남기고 저는 물러갑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천문 관측 기록을 중심으로 해서 주욱 읽어 보고 싶다는 큰 소망은 다음 생에서나……, 흑.




편집자 k




※감 잡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세요. ^^


별자리 서당 - 10점
손영달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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