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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노래

[지금, 이 노래] 플랜테이지아(Plantasia) - 식물을 향한 따뜻한 마음

by 북드라망 2025. 4. 18.

플랜테이지아(Plantasia) - 식물을 향한 따뜻한 마음
Mort Garson – [Mother Earth’s Plantasia]

 

이번 편은 4월에 있는 식목일을 맞아, ‘식물을 위한 음악’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전자음악의 대부로 알려진 모트 가슨(Mort Garson)의 앨범 [Mother Earth’s Plantasia]이다. 이 앨범의 부재는 ‘식물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구의 따뜻한 음악...’으로, 누군가는 귀여운 부재와 앨범아트를 보며 듣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앨범을 보자마자 질문을 떠올렸다. 이 앨범은 정말 ‘식물을 위한’ 음악일까? 식물을 위한다는 건 무엇일까?

 

 

 

우선 모트 가슨과 전자음악에 관해 이야기 해보자. 모트 가슨은 캐나다 출생의 전자음악 아티스트로 1960년대에 처음 탄생한 ‘신디사이저’를 활용하여 다양한 전자음악을 만들었다. 1976년에 공개된 [Mother Earth’s Plantasia]는 초기 전자음악의 대표작으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 이 앨범이 공개됐을 당시에는 큰 인기가 없었다. 당시엔 전자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워낙 마니악한 장르였던데다가, 애초에 판매용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모트는 앨범 대부분은 오컬트를 주제로 으스스한 의식이나 심령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런 음산한 음악들을 해오던 중간에, 자신의 아내가 식물을 가꾸는 모습을 보며 식물과 아내가 듣기에 편안한 사운드를 구상했다고 한다. 따라서 정식 커리어에 등재된, 발매용 앨범이 아닌 ‘Mother Earth’라는 식물 매장에서 식물을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배포되었다. 이런 귀여운 계기로 만들어진 앨범은 2010년대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재발매와 함께 큰 인기를 얻는다.
 
그렇다면 정말 [Mother Earth’s Plantasia](이하 ‘플랜테이지아’)는 ‘식물에게 듣기 좋은 음악’일까? 흔히들 식물이나 농작물에게 클래식음악을 들려주면 좋은 효과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하지만,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크게 효과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웹진 『대산농촌문화』에 실린 한 논문에 의하면 아날로그음악을 들려주었을 때보다 전자음악을 들려주었을 때 농작물들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아 생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러니 모트 가슨의 전자음악은 오히려 식물들에겐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크다! ‘플랜테이지아’는 진정으로 식물을 위한다기보다는 식물을 위하는 마음을 떠올리는 ‘인간’을 위한 앨범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에 대한 나의 감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이 앨범은 식물과 가깝지도 않은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 따뜻한 마음은 세상을 향한 식물의 마음 같기도, 그런 식물을 향한 나의 마음 같기도 하다. 식물을 가꾸는 아내의 모습을 보던 모트 또한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음산하고 무서운 음악을 좋아하고 만들어 오던 그가 아내와 식물을 보면서 떠올린 ‘따뜻한 마음’. 그런 마음을 상상해 보면서 들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끝으로 산불에 피해 입은 분들께도, 산불을 진화하느라 고생하신 분들께도, 불타버린 나무들에게도 이와 같은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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