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을 읽기 위한 가장 친절한 가이드,
『시경 강의』 네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북드라망 & 북튜브 독자님들~
북튜브 출판사 신간 『시경 강의 4 : 제풍, 진풍, 조풍』이 출간되었습니다.
『시경 강의 4』에서는 춘추시대 제후국들의 노래를 모은 15편의 ‘국풍’ 중에서 「제풍」(齊風), 「진풍」(陳風), 「조풍」(曹風)의 노래들을 우응순 선생님의 상세하고 친절한 강의를 통해 읽습니다. 이번에 수록된 「제풍」, 「진풍」, 「조풍」은 각각 제나라와 진나라, 조나라의 노래들이죠. 우응순 선생님은 『사기』와 『춘추좌전』 등 여러 사서(史書)를 인용하면서 이 세 나라가 가진 특성과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각 나라의 사정이 어떻게 시에 반영되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무왕은 몰랐겠지만 제나라는 비옥하고 물산이 풍부한 풍요의 땅이었고, 인구도 많았지요. 강태공은 비범한 역량을 발휘하여 제를 대국으로 키웁니다. 저는 당시에 무왕이 자세한 지리 정보를 알았다면 강태공을 제 땅에 봉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서쪽 끝 호경(鎬京 : 지금의 서안 일대)에 살았던 무왕은 제후들의 봉지를 직접 가 볼 수 없었고, 자세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런저런 소문을 들었을 뿐. 무엇보다 해안 지역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몰랐던 겁니다. 주는 선조가 유목민이었고 섬서성 일대 내륙에서 세력을 키운 까닭에 바다의 가치를 알 수 없었겠지요. (『시경 강의 4』, 19~20쪽)
세 나라 중 제나라는 당대에 가장 ‘잘 나갔던’ 강대국 중 하나였습니다. 주나라의 개국공신인 강태공에서 시작한 나라이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관중과 포숙이 정사를 보았던 나라죠. 관중이 섬겼던 제 환공은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가 되었습니다. 소금과 철이 많이 나는 풍요의 땅이 바로 제나라죠.
이런 제나라의 위상은 시에도 반영됩니다. 「제풍」의 시에서는 잘 차려입은 멋진 남자들이 사냥터에서 서로의 기세를 칭찬하고, 멋진 사냥개들은 화려한 방울을 달고 있습니다. 호화로운 마차가 노나라와 제나라를 있는 대로를 내달리고 나루에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야말로 강대국의 화려함이 담긴 시들이 여럿 수록되어 있습니다.
<재구> 「제풍」 10
載驅薄薄 簟茀朱鞹(재구박박 점불주곽)
질주하는 수레 덜컹덜컹, / 화려한 가리개, 붉은 수레.
魯道有蕩 齊子發夕(노도유탕 제자발석)
노나라 길 평탄하니 / 제나라 여인 객사에서 출발하네.
四驪濟濟 垂轡濔濔(사려제제 수비니니)
네 마리 검은 말 건장하고 / 드리운 고삐 치렁치렁.
魯道有蕩 齊子豈弟(노도유탕 제자개제)
노나라 길 평탄하니 / 제나라 여인 즐겁고 편안하네.
汶水湯湯 行人彭彭(문수상상 행인방방)
문수는 넘실넘실, / 행인은 많기도 하구나.
魯道有蕩 齊子翶翔(노도유탕 제자고상)
노나라 길 평탄하니 / 제나라 여인 자유롭게 오가네.
汶水滔滔 行人儦儦(문수도도 행인표표)
문수는 도도하고, / 행인은 많기도 하구나.
魯道有蕩 齊子遊敖(노도유탕 제자유오)
노나라 길 평탄하니 / 제나라 여인 놀러 다니네.
(『시경 강의 4』, 105쪽)
이에 비해 진나라의 시들은 소박합니다. 여러 사서에서 진나라는 무당의 제사와 가무가 성행했던 나라로 묘사되는데, 그런 자유분방함이 시에도 반영되어 야외에서 노니는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의 만남, 질투와 시기, 헤어짐의 슬픔을 노래한 시들을 읽다 보면, 한 편의 로맨스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동문지분>(東門之枌) 「진풍」 2
東門之枌 宛丘之栩(동문지분 완구지허)
동문에는 흰 느릅나무, / 완구에는 도토리나무.
子仲之子 婆娑其下(자중지자 파사기하)
자중 집안의 딸, / 그 아래에서 너울너울.
穀旦于差 南方之原(곡단우차 남방지원)
좋은 날을 택하여 / 남방의 언덕에 모이네.
不績其麻 市也婆娑(부적기마 시야파사)
길쌈하지 않고 / 저자에서 너울너울.
穀旦于逝 越以鬷邁(곡단우서 월이종매)
좋은 날에 놀러 가니, / 많은 사람이 다니네.
視爾如荍 貽我握椒(시이여교 이아악초)
꽃과 같은 그녀, / 나에게 한 줌의 향초를 주네.
마지막으로 수록된 조나라의 시들은 씁쓸하고 쓸쓸합니다. 왕은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신하들이 조정을 가득 채우고 있죠. 시에서는 능력도 없으면서 화려한 관복을 입고 뻐기는 신하들이 300명이나 있다고 풍자합니다. 훌륭한 인물들은 말단 관직을 전전하며 고초를 겪고 있고요. 실제 역사에서도 조나라는 새 사냥을 좋아한 임금이 새 사냥으로 환심을 산 인물에게 정사를 맡겼다가 나라가 망하게 되죠. 이런 상황을 반영한 시들이 「조풍」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후인>(彼候) 「조풍」 2
彼候人兮 何戈與祋
저 후인이여, / 창과 몽둥이를 메었구나.
彼其之子 三百赤芾
저 소인들, / 붉은 무릎가리개 삼백 명!
維鵜在梁 不濡其翼
사다새가 어량에 있으니, / 그 날개가 젖지 않네.
彼其之子 不稱其服
저 소인들, / 입은 옷이 걸맞지 않구나!
維鵜在梁 不濡其咮
사다새가 어량에 있으니, / 그 부리가 젖지 않네.
彼其之子 不遂其媾
저 소인들, / 총애와 어울리지 않는구나!
薈兮蔚兮 南山朝隮
초목이 울창하니, / 남산에 구름이 피어오르네.
婉兮孌兮 季女斯飢
어리고 어여쁜 여자아이, / 굶주리는구나!
*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시경 강의』 1~4권에서 다룬 지역이고, 파란 부분은 5권과 6권에서 다룰 지역입니다.
우응순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하는 『시경 강의』는 총 10권으로 기획되어 있는데요. 그 중 앞의 여섯 권이 ‘풍’(風)이라고 분류되는 주나라 시대 제후국들의 노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풍’(國風)이라고도 불리지요. 이번에 출간된 『시경 강의』 4권으로 ‘국풍’의 반환점을 돌았네요. 곧 ‘국풍’을 마무리하고, 궁중과 제사의 우아한 노래들인 ‘아’와 ‘송’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뚜벅뚜벅’ 책을 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시경』을 읽기 위한 가장 좋은 가이드, 『시경 강의』는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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