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삶을 돌보는 기예―‘양생’을 키워드로 읽어낸 나이듦과 돌봄 그리고 죽음!
취약한 몸들의 따뜻한 연대를 상상하는 책
―문탁샘의 『한뼘 양생』이 출간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북드라망 독자님들!
갑진년 갑술월이네요. 시작의 갑(甲)기운이 가득하지만, 또 술(戌)월이라는 마무리의 기운이 도는 이때에 딱 맞는,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다리던^^; 신간이 나왔습니다! 바로 <문탁네트워크>의 문탁 이희경 선생님이 쓰신 『한뼘 양생: 나이듦, 돌봄, 죽음 그리고 공부』입니다!
이 책은 문탁샘이 10년 전,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살림을 합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 어머니를 돌보고 함께 살면서 나이듦이 어떤 것인지, 돌봄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떻게 펼쳐지는지,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 질문들이 물밀 듯 밀려왔고, 이 질문들은 『장자(莊子)』가 원 출전인 ‘양생’(養生)에 대한 문제의식을 싹틔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탁샘은 “구체적으로는 나이듦과 죽음에 어떻게 직면할 것인가? 아픈 몸으로도 잘 살아가기 위한 지혜는 무엇일까?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떤 것들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이것들을 어떻게 우리 공부의 화두로 삼고 함께 공부해 나갈 것인가? 어느덧 저에게 양생은 이 모든 것들을 실존적으로 지시하는 용어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는 크게 문탁샘이 『경향신문』에 써오신 ‘양생’을 키워드로 한 칼럼들과 나이듦 및 죽음을 다룬 책+영화에 대한 리뷰들,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며 겪은 생생한 희로애락이 담긴 간병블루스가 담겨 있습니다. 천 개의 폐경기 이야기나 어깨동무를 할 수 없는 오십견의 몸들이 모여 암에 걸린 공동체 친구의 서포터즈를 구성한 이야기, 사회의 취약한 몸들과 직접적으로 연대한 이야기, ‘다른 노년의 발명’을 기치로 결성한 <나이듦연구소>의 과제 등, 이 책 『한뼘 양생』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 시대에 아직 너무 적고, 그나마도 천편일률적인 나이 든 몸에 대한 담론을 새롭게 혁신할 단초들을 곳곳에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준비가, 생로병사를 나름대로 겪어 낼 자기 언어가 전혀 없었다. 돈 벌고 자식 키우느라 바빠서였을 게다. 그러나 한편, 이반 일리치의 말대로 건강이 근대사회의 페티쉬(물신)가 되어 버린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삶의 지평에서 죽음을 허겁지겁 감추고, 몸의 리듬에서 질병을 완벽히 추방하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세계보건기구)라는 ‘정상성’을 삶의 목표로 제시하는 생명권력의 시대에 건강하지 않은 노인이 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수치가 된다.
그렇다면 “엄마처럼 늙지 않을래!”라는 바람만으로 다른 노년을 맞을 순 없지 않을까? 나는 어머니를 통해 나의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잘 걷지도 못하고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리는 상태가 되었을 때도 명랑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질병과 나이듦에 대한 사색, 그리고 일상의 재구성 없이는 불가능한 게 아닐까? 나는 『장자』가 원 출전인 양생이라는 오래된 단어를, 건강해지라는 사회적 명령, 관리하라는 자본의 유혹에 맞서 스스로 삶을 돌보고 가꾸는 기예로 다시 번역해 우리 삶의 전면에 배치하고 싶었다. (『한뼘 양생』, 머리말 중에서)
꼰대와 액티브시니어의 호명을 넘어 각자의 맥락 속에서 ‘말년의 양식’을 실험하고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일이 필요함을,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촌철살인의 언어에 유머를 담아 써 나간 『한뼘 양생』은 지금 서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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