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

『니체 사용설명서』 - 너의 삶을 살아라

by 북드라망 2022. 2. 10.

『니체 사용설명서』 - 너의 삶을 살아라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그의 이름은 참 많이도 들었다. 이제껏 만난 니체는 자기애가 심하게 넘치고(그의 저서 『이 사람을 보라』의 목차, ‘나는 왜 이렇게 지혜로운가’, ‘나는 왜 이렇게 똑똑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을 쓰는가’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당혹감이란...) ‘위대한 건강’을 말하지만 결국에는 정신병으로 생을 마감한, 곧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못한 철학자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렇게 내게 니체는 별 감흥을 일으키지 않았고 딱히 세미나에서도 또 텍스트로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북드라망 블로그 운영진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마침 우리(^^) 출판사에서 『니체 사용설명서』가 출간되었다. 사실 MVQ(감이당&남산강학원 학인들이 글을 연재하는 인터넷 공간)에 책의 저자 안상헌 선생님의 니체 관련 글이 연재되었지만, 나의 관심은 딴 곳을 향해있었기에 제대로 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나는 출판사의 홍보 요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마침 일을 시작하고 처음 출간된 책이 『니체 사용설명서』인걸. 책도 철학자도 만나게 되는 어떤 시절 인연이 있는 게 아닐까? 이제야 저자 안상헌 선생님과 니체를 진하게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자, 그동안 내게 작용했던 니체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인식을 내려놓고 책을 한 번 만나보고자 한다. 이 글은 『니체 사용설명서』 1부에 대한 내 멋대로 리뷰다. 


『니체 사용설명서』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니체 읽기[讀], 니체 쓰기[用], 니체 쓰기[書]. 『니체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처럼 저자 안상헌 선생님이 읽고, 생활하고, 글을 쓰면서 어떻게 니체를 활용했는지에 대해 마치 ‘에어프라이어로 만들 수 있는 요리 100가지 레시피’처럼 하나하나 서술되어있다. 책을 따라 읽다 보면 거침없는 표현으로 강하게만 다가왔던 니체가 조금은 부드럽게 느껴진다. 


먼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자. 안상헌 선생님은 그동안 교육학을 공부하고 대학과 비슷한 공간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했다. 실제로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교육 제도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은 꽤 멋져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니체의 목소리를 빌려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너의 공부와 노력에는 ‘자기 극복’이 없었다”(『니체 사용설명서』, 103쪽)고.

 

오늘 니체는 나에게 다르게 말한다. ‘이제부터 너는 그 어떤 것보다 먼저 너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른 과제는 결코 있을 수 없다. (같은 책, 40쪽)


20년 정도 교육 관련 일을 해오던 그가 갑자기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에서 공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책 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에 보면 “학교 공부의 힘이 다해 갈 무렵”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려 교육 제도를 만드는 일이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럴듯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자기 자신’이 빠져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해보니 저자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분명 자신이 좋아하고 꽤 괜찮은 일을 택해서 해왔는데도 무언가 헛헛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껏 내가 옳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아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불쑥 떠오르는 욕망과 사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갑자기 모든 것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언제나 피하고 있다고 말이다. 니체의 유명한 말처럼 이제껏 “우리는 우리 자신에 관해서 탐구한 적이 없었”(67쪽)던 것이 아니었을까.

 

독자인 우리도 저자가 시도한 것처럼 니체의 아포리즘을 곱씹으며 ‘나’로 되돌아가는 훈련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안상헌 선생님을 통해 만난 니체는 철저히 어떤 이상, 목적을 없애려 했고 현재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 사람이었다. 그런 철학자의 글이라면 나도 나를 발견하는 데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와 떠올려보니 니체가 정신병에 걸려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가 그 자신으로 살아가려 애쓴 과정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변하는 딱 그만큼 니체의 글이 읽힌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드디어 니체를 만날 준비가 된 듯하다.^^ 


글_소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