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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열의 자기만의 고전 읽기

[자기만의고전읽기] 『손자병법』(4) - 구성과 내용① 계편~모공편

by 북드라망 2021. 9. 3.

군사의 기동성과 개념의 유동성, 『손자병법』(4)

 『손자병법』의 구성과 내용① 계편~모공편

 

 



왜 『손자병법』이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분류방법에 보이는 네 가지 범주를 염두에 두고 『손자병법』을 읽어 보자. 『손자병법』 13편의 차례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시)계편([始]計篇): 송나라 때 『무경칠서』(武經七書)(『손자』·『오자』·『사마법』·『이위공문대』·『울료자』·『황석공삼략』(黃石公三略)·『육도』(六韜)를 말한다. 『이위공문대』는 송나라 때 처음 편찬된 병서로 당(唐) 태종이 위공(衛公)이라 불린 당나라의 명장 이정(李靖)에게 묻고 대답한 고서다. 황석공(黃石公)은 한나라를 통일한 유방의 유명한 참모 장량이 공부했다는 책으로 장량에게 병서를 전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 이름에 가탁한 책이다. 『육도』는 『태공병법』(太公兵法)으로도 알려졌는데 은(殷)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울 때 일등공신인 강태공의 이름을 붙인 책이다. 병법서에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관습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가 정리되면서 경전화가 완료되는데 『무경칠서』의 편자는 손자의 판본과 주석을 정리하면서 제목을 약간 바꾼다. 원래는 ‘계편’(計篇)이었던 것을 ‘시(始)계편’으로 고쳤다. 손자의 편명이 주로 두 글자인 것을 보고 한 글자로 된 제목을 모두 두 글자로 통일했던 것. 이하 4권 5권의 편명도 마찬가지다. ‘시계’(始計)로 하면 ‘최초 계획을 세우다’라는 의미가 명확해진다. 


‘계편’은 전쟁을 총괄하는 전체 계획을 세운다는 의미로 책 전체의 전제를 제시하고 방향을 알려주는 중요한 장이다. 첫 문장, “군사는 나라의 큰일이다. 죽는냐 사느냐의 처지이고 존속하느냐 망하느냐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는 문장은 병법의 대전제다. 이 말의 무게를 이해할 때 병법의 중요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 군사 문제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큰일이다! 국가 전체의 존망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나라 전부가 관여해 의논하고 계획을 짜야지 어느 한 부문에 맡기거나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전쟁에서 군사를 움직이는 일은 국가대사가 정해진 이후의 실질적인 움직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국가대사라는 첫 번째 전제를 기억할 것. 그 전제에 따라 전쟁계획을 세우는 문제가 검토된다.      


2) 작전편(作戰篇): 작전은 계획을 완전히 세운 후 국경을 넘어 적과 야전(野戰)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춘추시대 전투는 전차전이 주력이었으므로 전차전을 치르기 위한 군대 동원, 그에 따른 국가 행정력의 지원, 군사훈련 등등 치병 전반을 아우른다. 


이 편의 핵심은 두 가지다. 속전속결로 전투에 이기는 것. “전쟁은 서툴러 보여도 빨리 끝낸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교하게 해서 오래 지탱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무릇 전쟁을 오래 해서 국가가 이로웠던 적은 있지 않다”[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졸속(拙速)이란 말은 지금 아무렇게나 빨리만 해치우는 못된 일처리나 행동에 대한 나쁜 의미로 쓰이지만 손자의 원뜻은 치밀하고 정교한[巧] 전쟁을 한답시고 장기전에 들어가는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어떤 수를 쓰든 이겨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전쟁은 승리가 귀하게 때문이다[兵貴勝]. 전쟁경제학이라는 측면에서 국가대사라는 말은 이렇게 적용된다. 빠르게 해치울 것. 경제는 다른 면에서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적국에 들어간 상황이므로 약탈을 해서 군대를 유지한다는 것. “국내에서 필요한 것은 가져가지만 적에게서 식량을 빼앗기 때문에 군량이 넉넉할 수 있다”[取用於國, 因糧於敵, 故軍食可足也]. “지혜로운 장군은 적에게서 식량을 구하는데 힘쓴다”[智將務食於敵]. 전쟁은 가차 없다. 이기는 것이 절대 목표이고 죽고 사는 문제이므로 약탈의 옳고 그름은 쟁점사항이 아니다. 또 하나의 전제가 있다. 전쟁은 남의 나라에 들어가서 벌이는 일이라는 것. 우리 땅이 아니라 적지에서 하는 게 전쟁이다. 아울러 “지혜로운 장군”이라 했는데 지휘관의 중요성이 언급되는 부분이다. “군사를 맡은/아는 장군은 백성의 목숨을 맡고 국가의 안위를 주관하는 사람이다”[知兵之將, 民之司命, 國家安危之主也].
     

3) 모공편謀攻篇: 공격 계획은 야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적의 수도, 즉 성을 공격하는 계획 수립이다. 적도 결전의 각오로 모든 준비를 갖췄기 때문에 작전과 마찬가지로 계획을 세운 뒤 공격해야 맞다. 다만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잘하는 것 가운데 가장 잘하는 것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키는 것이 잘하는 것 가운데 가장 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고의 군사운용은 적의 계책을 치는 것이고 그다음이 외교관계를 치는 것이며 그다음이 적을 치는 것이며 그 아래가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故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攻城之法, 爲不得已]. 


손자는 공성전이 최하의 방법이라고 일갈한다.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고 적이 세운 최초의 계획을 치는 것이 최상이라 여겼던 것. 여기서도 공성전의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되지 않는다. 원칙을 얘기하고 장군과 병졸 사이의 신뢰와 단합을 얘기할 뿐이다. “(우리 수가 적보다) 열 배 많으면 포위하고, 다섯 배 많으면 공격하고”[十則圍之, 五則攻之] 등등의 말이 보이긴 하지만 이 역시 개념적인 이야기다. 뻔한 얘기일까. 마지막 결론 부분에 유명한 말이 보인다. 승리를 알 수 있는[知勝] 방법 다섯 가지를 얘기하면서(전쟁을 할 수 있는지 전쟁을 할 수 없는지 아는 자는 승리한다[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등등의 말이 나온다) 내리는 결론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항상 패한다”[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ㅡ 不知彼, 不知己, 每戰必敗].

 


우리가 아는 손자는 구체적인 전쟁의 양상을 마스터한 사람이라기보다 전쟁이라는 모습 배후의 원칙과 원리를 사고하는 사람 같다. 자신을 안다는 말이 추상적이기는 하나 이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적의 역량은 수치로 환산하고 통계로 따져 보아 힘을 추량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냉정함이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될까.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전쟁에 대한 개념을 만들기 위한 손자의 노력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이상 세 편이 계획[謀]이란 말로 묶을 수 있는 전쟁의 개요다. 전쟁은 계획으로 시작해 그 청사진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실전은 그 이후의 문제다. 계획이 전쟁의 토대이자 중심이며 기초라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 손자의 특징이다. 계획을 세웠으니 이하 실행으로 넘어가는데 손자는 중요한 관문 두 개를 세워 핵심 개념을 운용한다. 형세(形勢)라고 흔히 묶어 말하는 단어의 어원이 되는 두 편이다.  

 

글_최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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