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존재하기』- 나는 제대로 살기 위해 달린다
이런저런 상황을 핑계 삼아 달리지 않은 지 벌써 석달이 넘었다. 그 사이에 꽤 단단해졌던 다리의 근육도 다 풀려버렸고, 꽤 들어갔던 배도 다시 나왔다. 무엇보다 자려고 누웠을 때 쉽게 잠이 들지 않게 되었다.
말하자면 오늘의 필사는 다시 달리겠다, 뭐 그런 마음으로 쓴 것인데, 다시 옷을 챙겨입고 운동화 끈 조이고 뛸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그 막막함이 더 커지겠지. 처음과 비슷하게 1km 언저리에서부터 '그만 들어갈까' 하게 될 테고, 2km쯤 되면 '처음이니까 이 정도면 됐어' 할 테지. 그러다가 3km에 이르면 다리가 이끄는 대로 가게 될 테고.
상기해 보니 바로 그 느낌, '다리가 이끄는 대로 가는' 그 느낌 때문에 자꾸 뛰었던 것이다. 더 생각하거나 느낄 필요도 없이 몸이 시키는 대로 할 때의 그 편안함이 그립다. 여전히 뛰러 나갈 생각을 하면 막막하고, 귀찮고, 두렵기까지 하지만, 그래 뭐, '제대로 살기 위해' 달리는 거다. '제대로 산다'는 것은 '머리'의 권력을 빼앗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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