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뭐라도 되겠지요
“낭랑하게 낭송하라! 필사적으로 필사하라!”
어디서 많이 들어 보셨지요? 북드라망의 낭송 Q시리즈 뒤표지마다 적혀 있는 ‘호모 큐라스의 세 가지 구호!’ 중 두 가지인데요. 이제야(라는 것은 그러니까 제가 북드라망의 [구] 정직원 [현] 전직원이 된 지도 꽤 오래된 지금입니다) 고백하는 것이지만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못하였습니다, 흠흠. 하지만… 저 역시 ‘호모 큐라스’의 운명을 피해 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 어쩌면 사람은 해야 할 일을 언젠가는 반드시 하게 되고야 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어쩌다 보니 제가 본의 아니게(응?) 낭송과 필사의 삶(이라고까지 하는 것은 좀 거창하긴 합니다만…)을 살게 되었지 뭡니까.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텍스트로요, 하하하하하하하….
네, 그러니까, 뭘 필사한 것이냐 하면, 바로 성경입니다. 여기서 자세한 사연을 풀어놓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저는 지금 천주교의 예비자 교리 과정을 밟고 있는데요(천주교 신자는 그냥 되지 않습니다. 6개월가량의 예비자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아야 천주교 신자가 되는 것이랍니다), 성경 필사는 올 8월 말까지 마쳐야 할 숙제입니다. 40대 중반에 성경을 필사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라니… 제가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언빌리버블!
그리고, 매일 하고 있진 못합니다만 묵주기도라는 것도 합니다. 묵주기도는 기도문을 소리 내어 입으로 외는 염경기도와 마음속으로 올리는 묵상기도가 합쳐진 것인데, 물론 초보자인 저는 염경기도만 겨우 할 뿐이지요. 이 염경기도가 바로 낭송입니다. 묵주기도 5단을 바친다고 하면, 사도신경 1번, 주기도문 6번, 영광송 6번, 성모송 53번을 낭송하게 됩니다. 아무튼 이 역시도 제가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저 호모 큐라스의 구호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 쓰다 보면, 소리 내 외다 보면,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몸에 붙여 놓으면 뭐… 뭐라도 되겠지요(ㅎㅎ). “소리의 울림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는 “그 상태가 곧 영성”(고미숙,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133쪽)이라고 믿으며, 낭송으로 “생각과 말, 머리와 입을 일치시키는 연습”(『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188쪽)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뭐… 뭐라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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