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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1

(몸과 정치)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 몸의 중심은 어디인가?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 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 ... 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 -정세훈, 「몸의 중심」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내 몸은 무엇인가? 내 몸은 어떻게 움직이고 느끼는가? 내 몸은 마음 혹은 영혼이 지배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때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뇌에 있는가, 심장에 있는가? 아니면 온몸에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몸은 그저 알아서 움직이는가? 이 질문, 이른바 mind-body problem은 과거로부터 반복해서 물어져 왔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은 단지 신체에 대한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결국 이 몸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국가에 ‘주권’은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과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역시 하나의 .. 2017. 6. 20.
이오네스코 『외로운 남자』 인생에 필요한 것은 약간의 용기 이오네스코 『외로운 남자』 인생에 필요한 것은 약간의 용기 나이 서른다섯이면 인생 경주에서 물러나야 한다. 인생이 경주라면 말이다. 직장 일이라면 나는 신물이 났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였으니 이른 편도 아니었다. 예기치 못했던 유산을 물려받지 않았더라면 난 권태와 우울증으로 죽고야 말았으리라.-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이재룡 옮김 『외로운 남자』, 7쪽 이른바 평균수명 100세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무의식적인 착각 중 하나가 있는데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성숙한 인간'으로 사는 시기도 그만큼 길어질 것이라는 착각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20살이 되면 성인이 되고, 24~25살이면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며, 제 앞가림을 하면서 무려 70여년을 더 살게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자기 .. 2017. 6. 19.
한강 『소년이 온다』 - 소년이 살았던 삶, 그리고... 한강 『소년이 온다』 - 소년이 살았던 삶, 살았을 수도 있었을 삶 광주 이야기가 또 다시 소설로 나왔다.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그것이다. 신간 출간 소식에 처음에는 좀 시큰둥했었는데 그 이유는 더 이상 작가에게도 광주 이야기에도 큰 흥미나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다보니 책을 구입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처음 그 책을 펼쳤다가 아주 혼이 났다. 자꾸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작품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저어기 80년 광주에서 살던 소년이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서서히 다가오는 걸 경험하게 된다. 계엄령 당시 거리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정신없이 도망쳐야 했던 소년, 그 후 도청의 다른 시민군 사이에서 지내기 시작한 소년, 그리고 잔혹했던 마지막.. 2017. 6. 16.
경계 없는 사유 : 만물은 모두 똑 같다[萬物齊同] ⓶​ 경계 없는 사유 : 만물은 모두 똑 같다[萬物齊同] ⓶​- 만물, 우연이 만든 기적! 1. 만물을 누가 만들었을까? 『장자』에서 가장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랩소디. 「제물편」에서 스승 남곽자기가 제자 안성자유에게 낭랑하게 읊조리듯, 노래하듯 들려주는 창조의 이야기. 우리가 예상하는 바와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우주 만물의 생성에 대해 새삼 곱씹어보게 된다. 우주를 빚어낸 주재자, 창조주는 있는가? 없는가? 없다면 누가 우주를 생성했는가? 남곽자기는 자기 안의 모든 지식을 비우고 느닷없이 하늘과 대지의 파동을 주시하며 제자 안성자유에게 묻는다. 하늘의 피리 소리[천뢰], 땅의 피리 소리[지뢰], 사람의 피리 소리[인뢰]를 들어보았느냐고. 형체는 없지만 분명히 귀로 감지되는 파동, 즉 소리로 우주.. 2017.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