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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1

시간아 멈추어라, 도주로가 여린다 시간아 멈추어라, 도주로가 여린다 돌연한 출발과 영원한 지연 #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갑옷처럼 딱딱한 등을 대고 누웠는데, 머리를 약간 쳐들면 반원으로 된 갈색의 배가 활 모양의 단단한 마디들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보였고, 배 위의 이불은 그대로 덮여 있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내릴 것만 같았다. 나머지 몸뚱이 크기에 비해 비참할 정도로 가느다란 다리가 눈앞에서 힘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일까’(『변신』) 카프카가 바라본 세계에서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요? 사건은 모두 ‘어느날 아침’ 갑자기 일어납니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그레고르는 ‘오늘’, 이유없이, 갑충의 몸으로 침.. 2018. 3. 8.
아이작 아시모프,『아이, 로봇』 - 어떤 거짓말들에 관하여 아이작 아시모프,『아이, 로봇』 - 어떤 거짓말들에 관하여 오래된 주택가였다. 금가고 깨진 곳 투성이의 창백한 시멘트 포장길에는 가장자리마다 잡초가 무성했다. 한때는 그 길에 초록의 생기를 더했을 테지만, 이미 때는 스산한 11월 중순, 그 채찍같던 잎새마저 누렇게 말라붙은 지 노래였다. 스치는 기억에는 재개발로 한참 시끄러웠을 무렵 뉴스에서 이 동네 이름을 보았던 것도 같았다. 줄눈이 바스러져내린 시멘트 블럭 담벼락에 서툴게 갈겨쓴 빨간 스프레이 글씨, 천만년은 걸려있었나 싶게 날긋날긋 헤어진 플랭카드, 드문드문 붙어있는 찢긴 공고문의 글귀들이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실제로, 창가에 쌓아올린 세간살이에 가로막혀 햇빛 한 점 안 들게 생긴 허름한 살림집들 중간중간에, 선명한 빈집의 .. 2018. 3. 7.
예술과 철학, 일상의 힘 예술과 철학, 일상의 힘 패터슨, 평범의 경이로움 짐 자무쉬의 영화 《패터슨》은 시 쓰는 버스 드라이버 패터슨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아마추어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형적 영화들과는 달리 패터슨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주일을 담담하게 따라갈 뿐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내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씨리얼을 먹고, 동료의 하소연을 듣고, 버스를 몰고, 폭포 앞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를 몰고, 기울어진 우체통을 고쳐 세우고, 반려견 마빈과 산책을 하다가 바에 들려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극히 단조로운 일과의 반복. 가령 《위플래쉬》의 ‘광기어린 열정’이라든가, 《원스》 풍의 ‘인디감성’, 《인사이드 르윈》이 보여주는 ‘비루한 현실’같은 건 이 영화에 없다. 그런데 .. 2018. 3. 6.
3월 '덮책다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빈칸 채우기!! 월간 '덮은 책도 다시보자' 3월 이벤트!『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빈칸 채우기!! 먼저 2월 정답과 당첨자 세 분입니다! 2월 포스트 바로가기정답은, 1번 24, 2번 춘분, 3번 정, 4번 대한, 5번 대설입니다. 읽은 책을 다시 한번 펼쳐보시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그럼 중요한 당첨자를 발표하겠습니다. 다울랑나님, dotori님, 진님입니다!! 축하드려요!! 그리고, '큰 눈 오는날 방콕이다!' 해주신 이은아님까지 저희가 준비한 작은 선물 보내드리겠습니다!(확인하시는 대로 bookdramang@gmail.com 메일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보내주셔요!)) 덮은 책 다시 보기 빈칸 채우기! 3월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입니다! 응모기간은 이번 달 말까지이.. 2018.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