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잠 자는 아기의 첫 걸음 ― 낮과 밤 구분을 확실히!
어린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가장 큰 소원 중 하나는 ‘잠’이다. 아기가 통잠(예닐곱 시간 이상 내리 자는 것)만 자게 되어도 육아가 훨씬 수월해진다. 나도 딸이 신생아이던 때에는 소원이 ‘3시간 내리는 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3시간 정도 간격으로 아기에게 수유를 했는데(모유가 잘 안 나와 일찍부터 완분[완전 분유 수유]을 했다), 아기가 먹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3시간 간격인데, 이것은 실제 엄마아빠에게는 거의 2시간마다 텀이 돌아오는 것과 같다. 먹이는 데 15~20분 정도가 걸리고 먹인 다음 트림을 시키는 데 또 그 정도 시간이 들며, 분유를 타고 분유병을 씻어 놓고 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3시간을 내리 잘 수가 없고, 이론상으로는 2시간 정도는 내리 잘 수 있겠지만, 눕자마자 잠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2시간도 제대로 쭉 잘 수가 없는 것이 신생아 부모의 잠 형편이다.
그래도 우리는 비교적 일찍 소원을 성취했는데, 딸이 두 달쯤부터는 밤중수유(편의상 밤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사이에 먹는 것을 밤중수유로 잡겠다) 횟수가 1~2회 정도로 줄어서 그 무렵부터 엄마아빠도 내리 3~4시간쯤은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딸은 백일 무렵부터는 내리 자는 날이 훨씬 더 많아져 갔고, 생후 4개월 무렵부터는 밤중수유를 끊었다!
이렇게 우리 아기가 밤에 내리 자는 효녀(!)가 된 것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약 90% 정도의 확신을 갖고 말하는 건데, 낮과 밤 구분을 신생아 때부터 철저하게 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신생아 시기의 아기는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낮과 밤을 구분시켜 주어야 밤에 잠을 길게 자게 되고, 밤에 길게 잘 자야 아기가 잘 자라게 된다. 또 밤에 잘 자면 당연히 밤중수유를 끊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육아책에 보면 이를 위해 생후 6주부터는 수면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분유를 먹는 아기는 생후 4개월부터 밤중수유 없이 내리 잘 수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적지 않은 수의 엄마들이 낮과 밤의 구분을 명확히 해주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아기가 밤에 길게 자기 위해서는 우선 낮과 밤이 다른 시간대이고, 다른 활동을 하는 때라는 것을 아기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았고, 덕분에 딸은 신생아황달 때문에 집에 오는 날이 이틀 늦어지긴 했으나 생후 5일째부터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산후관리사님의 방식과 그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 다행하게도 잘 맞아서 우리 아기는 아침이 되면 일단 안방에서 거실로 나와 환한 환경에서 적당한 생활소음과 함께 지내고(낮에는 아기가 잠을 자도 목소리를 특별히 낮추거나 소음거리를 없애지 않았다), 해가 지면 완전히 어두워진 집안에서 생활했다.
기저귀를 갈 거나 수유를 할 때도 밤에는 최소한의 불빛만(스탠드에 종이를 덮어 더 어둡게 만들었다) 켜고 했고, 아침이 되면 흐린 날에는 거실등을 모두 켜놓고라도 환하게 만들었다. 아기를 낳기 전부터 아기가 만 두 살이 될 때까지는 TV를 보여 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거실에서 TV를 치웠고, 엄마아빠도 당연히 TV를 보는 일이 없었다(TV를 보면서 아기에게 수유를 한다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통잠자기의 첫 고비인 ‘밤중수유 끊기’를 무사히 지날 무렵 새로운 과제 하나가 나타났는데, 바로 ‘뒤집기’였다. 생후 3개월에 돌입할 무렵부터 뒤집을 것처럼 몸을 들썩들썩 하더니, 102일째 되는 날 뒤집기를 했다. 처음에는 너무 신기하고 대견했는데, 하루 이틀 지나고 뒤집기에 이력이 붙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아기가 뒤집은 다음 아직 힘이 없어서 얼굴을 박는 것도 문제였고, 밤에 자꾸 몸을 뒤집으려고 해서 잠이 깨는 것도 고민이었다.
지난번에 아빠가 쓴 글처럼 현대의 육아는 대가족의 빈자리를 ‘아이템’이 채워 주는 방식인데,
이런 뒤집기 고민의 해결을 도와 줄 아이템도 나와 있다. 이름하여 ‘뒤집기 방지용 쿠션’! 아,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아빠의 아이디어로 자체 제작한 ‘뒤집기 방지용 가드’가 생겼다. 이불만 있으면 되니 간단하다(생활의 지혜....).
이렇게 이불 두개를 길쭉하게 돌돌 말아 넣고, 그 위에 까는 이불을 덮어주면 끝.
자체 제작 가드 설치 이후, 뒤집으려고 낑낑 대면서 살짝 깨는 듯하다가도 이내 다시 잠들게 되었고, 지금까지 딸은 가드 사이에서 통잠을 잘 자고 있다(자다가 몇 번씩 ‘앵~’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살짝 깨기는 하는데, 이건 깬다기보다 잠꼬대에 가까운 느낌이다). 보통 저녁 8시 30분에서 9시 30분 사이에 잠이 들어서 다음 날 아침 7시 정도에 깨는데, 잠드는 시간에 비해 깨는 시간은 아직 좀 편차가 심하긴 하다(어떤 날은 새벽 6시에 깨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아침 8시에 깨기도 한다).
수면교육을 따로 시키고 있지는 않은데(몇 번 시도해 보긴 했는데 실패했다), 수면교육을 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일정한 시간에 스스로 등을 이불에 대고 잠들게 해야 규칙적으로 깊게 오래 잘 수 있고, 이것이 성장이나 여러 발달면에서 좋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엄마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고. 우리 딸도 낮잠은 그렇지 않은데, 밤잠은 계속 엄마에게 안겨서 자려고 해서 몇 번 이불에 눕혀 놓고 혼자 잠들게 하려고 몇 가지 방법을 몇 번 시도해 보았었다(그러나 신약한 을목 엄마아빠는 안기 전까지 앵앵 우는 신강한 무토 딸을 이길 수 없었다).
지금은 책에 나오는 방식의 수면교육은 당분간 접기로 했는데, 무엇보다 딸이 처음에 안겨서 잠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밤중수유를 이미 끊고 통잠을 잘 자는 것이 수면교육을 받고 통잠을 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고, 또 안겨서도 대부분은 짧은 시간 안에 잠들기 때문이다. 만약 매일 1시간 이상씩 안아 주어야 잠이 들었다면 우리도 ‘수면교육’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았겠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보통 안고 나서 30분이 지나기 전에 잠이 든다.
여러모로 아직까지는 ‘잠자기’ 면에서 우리는 운이 좋은 부모다. 딸이 순둥순둥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예민하거나 까다로운 기질도 전혀 아니고, 밤중수유도 분유 수유를 하는 덕분에 일찍 잘 끊을 수가 있었다(모유 수유아는 모유의 특성상 밤중수유 끊는 시기도 더 늦고, 끊기도 조금 더 어려운 듯하다). 하지만 아기에게 낮과 밤의 구분을 일찍부터 알려주려 그에 맞는 생활패턴을 부모부터 가져간 것 등, 우리가 먼저 재우기의 원칙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잠자기뿐만 아니라 육아 전반에 대해서 미리 공부를 해놓는 것은, 육아를 하다 보니,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인 ‘원칙’과 ‘지침’을 알아야 각 집의 상황과 아기의 기질에 맞는 변형과 응용이 가능할 텐데, 큰 원칙을 모르면 그때그때의 (아기나 부모) 컨디션에 좌우되기 쉽고, 부모의 일관되지 못한 태도에 아기도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또 인터넷정보나 주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휩쓸리기도 쉬워, 어느 순간 ‘아기를 위한’ 나쁜 선택을 하고도 모르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아기를 위해 한 행동들이 사실은 나쁜 것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의 부모 마음은…. 그렇게 본다면 ‘육아 공부’는 무엇보다 부모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_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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