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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23

몸과 정치의 변화 -죽음의 정치에서 생명의 정치로! 주희와 금원사대가, 생명의 정치 신체는 국가다, 인신유일국(人身猶一國) 땅의 시대, 이제 직접적으로 정치가 신체의 이해방식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의학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파울 운슐트가 지적하듯이 의학이론을 창조하는 힘은 단순히 몸의 존재방식에서 곧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외부의 모형을 통해 활성화된 이론을 가지고 몸이 제공하는 정보를 해석한다고 보는 편이 외려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럼 고대 중국에서 몸에 대한 국가의 비유가 자주 등장하는 것에 주목해보자. 상식적으로 보자면 이는 신체의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국가의 기관들의 특성에 비유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니덤(Joseph Needham)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다. 이는 국가를 신체에 비유했다기보다, 신체를 국가에 비유했다는 것! 그.. 2013. 7. 17.
새로운 '인간'을 구성하는 새로운 '출발점'들 -푸코의 『말과 사물』 수많은 푸코들로 가는 기이한 출발 -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 1966년 『말과 사물』 출간 후 어떤 인터뷰. 푸코는 사르트르를 “20세기를 사유하려는 19세기 인간”이라고 공격한다. 사르트르는 이에 발끈해서 “부르주아지가 맑스에 대항해 마지막 댐을 건설한다”고 맞받아쳤다. 푸코를 부르주아지의 옹호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푸코가 맑스주의를 19세기 어항 속 물고기로 환원하여 과소평가하는 장면에서 보자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 소리를 들은 푸코는 혀를 차며 한 번 더 빈정거린다. “부르주아지는 참 불쌍하기도 하지. 자신들을 지킬 성채가 고작 내 책뿐이라니!” 그렇게 『말과 사물』은 당대 철학자들과 공존하기 힘든 낯설고 당혹스러운 책이었다. 간혹 사람들은 이 책을 ‘우익’서적으로 간주하기도 하였.. 2013. 5. 1.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무엇인가? 자기에게 빌려온 자기 현자는 또, 운명을 두려워할 이유도 가지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현자는 자기의 노예나 재산이나 지위뿐만 아니라, 자기의 몸이나 눈과 손, 무릇 인간에게 생활을 애착하도록 만드는 모든 것, 아니, 자기 자신까지도 모두가 허락을 받아 잠시 맡겨진 것으로 헤아리고 있기 때문이며, 자기는 자신에게 빌려서 가져온 것이고, 돌려 달라는 요구가 있으면, 한숨짓거나 슬퍼하지 않고 돌려주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므로 또, 현자는 자기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 왜냐하면 자기는 자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 모든 것을 부지런하게, 또 용의주도하게 하겠지 - 마치 신을 우러러보며 신을 믿는 자가, 신탁 받은 재산을 지킬 때에 하는 것처럼. (「마음의 평정에 대.. 2013. 4. 17.
벤야민의 『문예이론』에서 베껴두었던, 글쓰기와 삶에 관한 생각들 최근에 ‘직업적 글쓰기’를 접겠다고 한 고종석은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다. 소설을 많이 쓴 편은 아니지만, 그의 단편들(『제망매』와 『엘리아의 제야』로 묶여져 있다)은 나름의 맛이 있는 좋은 작품들이었다(고 기억한다). 얼마 전 그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광고문구를 단 『해피 패밀리』 속 한민형의 다음과 같은 말은 글쓰기와 그 주체에 대해 잠시 상념에 잠기게 만들었다. '글이 사람'이라는 말은 확실히 과장된 격언이다. 글쓰기는 그 주체를 미화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심지어 자학적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자학적 글의 저자는 그 자학으로서 자신을 미화한다. 자기혐오를 제 윤리성의 증거로 내세우는 것이다. 글을 보고 반한 사람은 많지만, 만나본 뒤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거의 예외.. 2013.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