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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17

[대학] 격물치지의 진정한 뜻, 아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나의 고전분투기 - 『대학장구』]앎은 시작이다 서양근대 철학은 과학주의와 잇닿아 있다. 근대철학의 비조라 불리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명제는 능동적인 인식주체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물론 이때의 인식주체는 인간이고, 인간이 아닌 자연은 인식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구도에서 중요한 문제는 인식한 것의 진리성을 어떻게 판별 하는가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 하는 대상과의 일치라는 진리개념은 인식주체의 출현과 함께 근대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인식주체 혼자서는 진리 여부를 결론지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난점을 가진다. 예컨대 한 번도 자신의 얼굴을 본적이 없는 사람이 처음 거울을 봤다면, 옆에서 누가 자신의 얼굴을 확인해 주기 전에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 2015. 12. 16.
[대학] 언제 백성은 스스로 춤을 추는가? [나의 고전분투기 - 『대학장구』] 휘말림의 정치학, 推己及人(추기급인) 지난 연재에서 예고한 대로 백성들은 왜 스스로 춤을 추는가? 군자는 왜 스스로 명덕을 밝히려 하는가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대학장구(大學章句)』의 3강령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新)民, 在止於至善。 (대학지도, 재명명덕, 재친(신)민, 지어지선。)」은 자신의 명덕을 밝혀서, 백성을 새롭게 하고, 지극한 선의 경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덕으로부터 천하로 확장되어 나가는 推己及人(추기급인)의 구도다. 推己及人(추기급인). 자신을 밀어 붙여서 남에게 미친다. 나의 질문은 推己(추기)라는 의미가 대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우선 明德(명덕)에 대해 주자가 무어라고 주석을 다는 지를 보자. 주자는 明德(명덕)이란 하늘이 부.. 2015. 12. 2.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혁명이지! [나의 고전분투기 - 『대학장구』] 신(新)은 혁(革)이다 새로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서 마침내 새로워질 수 있을까?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처럼, 매일 한 지게씩 흙을 옮긴다면 언젠가는 산을 옮기게 되지 않을까? 점진적 변화론은 진화론이나 과학사에서도 한때 주류를 차지했던 관점이고, 지금도 만만찮은 세를 가지고 있다. 허리 굽은 유인원에서 점점 허리를 꼿꼿이 세우게 되는 호모사피엔스까지의 진화론적 해석, 과학은 자연에 대한 앎의 점진적 축적 과정이라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관점들이 그것이다. 점진적 변화라는 관점에서는 현재가 언제나 최상의 진보된 상태다. 뭔가 구린내가 나는 것 같지 않은가? 점진적 변화라는 관점에서는 혁명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진다. 지금까지는 현재가 최상이고,.. 2015. 11. 18.
좋은 글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 고전을 읽기 전에 『고전 톡톡』부터!? 18세기 문인 중에 이옥(李鈺, 1760~1815)이라는 자가 있다. 그가 「독주자」(讀朱子)라는 글에서 주자의 문장을 힘센 계집종, 늙은 암소, 쌀, 소금, 돼지 등에 비유하고 나서는 마지막에 하는 말인즉, “주자의 글을 서리가 읽으면 장부 정리에 익숙할 수 있다”는 거였다. 처음 이글을 읽었을 땐, 문체반정(文體反正)으로 호된 인생경험을 한 이옥이 주자의 문장을 조롱하는 것이려니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어쩌면 그 말이 진심이었을 거라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그렇다. 좋은 책을 읽으면, 이해 여부나 취향하고 상관없이 적어도 하나는 남는다. ― 채운+수경 기획·엮음, 『고전 톡톡』, 머리말 좋은 글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 2015.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