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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35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황야를 방황하는 욕망의 감옥 《하울의 움직이는 성》 ①배경 《하울의 움직이는 성》움직이는 성 - 황야를 방황하는 욕망의 감옥 결벽증의 온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공개되었을 때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현대의 피카소가 나타났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움직이는 성이라니? 아래는 닭다리에 몸통은 여기저기서 갖다 붙인 이런저런 건물의 부속품들, 예를 들면 다락방이라든가 발코니라든가 굴뚝이라든가 여러 외관을 가진 방을 덕지덕지 붙인 형태인데 마치 유바바처럼 큰 얼굴을 지닌 괴물 같다. 벌린 입으로 혀가 나와 있어 무거운 방들을 붙인 덕분에 걷기가 힘들 때면 헉헉거리기까지 한다. 미야자키가 ‘성’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지만 움직이는 성이라니? 솔직히 날아다니는 성보다 더 충격적이다. 미야자키는 움.. 2024. 2. 29.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치히로 – 이름이 많은 모험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③ 캐릭터 치히로 – 이름이 많은 모험가 표정이 멋진 아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장 공들인 것은 아마 치히로 표정의 변화일 것이다. 우리는 《붉은 돼지》의 썬글라스에서 시작해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애매한 얼굴들까지, 미야자키가 캐릭터의 얼굴 변화에 대단히 신경을 쓴다는 것을 보았다. 치히로 얼굴이 당당하고 침착하게 바뀌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표정이 풍부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크고 반짝이는 예쁜 눈이라든가 오똑한 코나 갸름한 볼살 같은 것, 그가 입고 두른 값나가는 것, 이보다 만들기 어려운 것이 바로 매력적인 표정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낯선 세계에 떨어져, 전에 없던 문제에 부딪혀 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 2024. 2. 22.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그림자 노동 – 거식증과 폭식증 치유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② 사건 그림자 노동 – 거식증과 폭식증 치유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핵심 사건은 부모 구하기이다. 전세계의 신화에는 부모를 살해하는 이야기도 많지만 부모를 구한다는 이야기도 많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 거인족 부모들을 살해하고 신들의 왕이 되는 그리스의 제우스 신이나 북유럽 신화의 오딘 신, 또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오이디푸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는 우리 전래동화의 《바리데기》가 있고, 눈먼 아비에게 빛을 주기 위해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이가 있다. 인류의 신화는 부모의 입장에서 미션을 전개하지 않고, 자식의 입장에서 과연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하는지에 관해 탐구했다. 이때 부모란 일차적으로 생물학적 부모라는 의미이지만 .. 2024. 2. 15.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①배경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든다. 치히로의 모험 이상으로 삶을 풍요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은 없다. 이 작품은 무기력하게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확실하게 준다.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청소를 조금 하다 나왔을 뿐인 소녀의 모험담에 어떤 숨겨진 장치가 있기에, 관객은 삶의 지극한 다채로움에 감탄하며 감사하게 되는 것일까? 일차적 원인은 공간 설정에 있다. 아빠와 엄마와 이사를 오게 된 시골의 도로에서부터 갑자기 빠지게 된 저편 세계 온천장까지, 미야자키는 구석구석 엄청난 사물과 사람, 괴물과 신을 배치함으로써 개별 공간의 입체감을 상상 그 이상의 방식으로 엮는다. 마녀 .. 2024.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