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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니체의 ‘아니오’ (3) 니체의 ‘아니오’ (3) 운명은 두 손을 가지고 있다. 한 손에는 사건이 들려 있으며, 다른 한 손은 우리와 맞잡고 있다. 사건들은 자신의 인과에 따라 자신의 길을 펼치고, 우리 역시 우리 삶의 경로를 따라 걸어간다. 운명은 이런 사건과 우리 자신이 마주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사건은 운명을 굴리고, 그렇게 다가온 운명의 색깔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다. 우리는 분명 닥쳐오는 운명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운명이 ‘어떤’ 운명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니체는 행복에 대한 질문으로 운명의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그 자체로 행복한 사건은 없다, 오로지 우리 자신의 거울에 비친 사건의 얼굴에만 행복이 깃들여 있다, 라고. 우리는 운명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오히.. 2018. 12. 18.
보르헤스, 『칠일 밤』- "열반에 이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보르헤스, 『칠일 밤』 - "열반에 이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만약에 '열반에 이르기 위해 산다' 또는 '자유가 삶의 목적이다'라고 하면 어떨까? 어떻게 해야 '열반'에 이를 수 있는지, 궁극의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저렇게 해서는 안 되리라는 확신이 있다. '~를 위해'라는 형식이나 '목적'에의 지향과 '열반', '자유'가 서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위해' 살면 열반에 이를 수 없고, 자유가 '목적'이 되면 자유로울 수가 없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가장 쉽기 때문에 바로 생각이 나는 그 길은 그렇게 막혀버린다. 여기에서 '길'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이때의 '길'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한 길이 아닌 셈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길이랄까? 그래서 그 '길.. 2018. 12. 17.
닉 드레이크 『Pink Moon』 - 이토록 춥고 순수한 닉 드레이크 『Pink Moon』 - 이토록 춥고 순수한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 라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첫번째로는 두꺼운 책이요, 두번째로는 얇은 책입니다'라고 답하겠다. 어중간하게 두껍거나 적당히 얇은 책(그러니까 대부분의 책)이 나는 '싫다'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꺼려진다. 책이란 모름지기 두꺼워서 다 읽고 난 후에 보람을 느끼도록 하거나, 얇아서 읽기 전에 편안한 기분을 주어야 '읽을 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향은 음악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데, 첫째로는 대곡이 좋고 두번째로는 소품들이 좋다. 교향곡은 역시 CD 두장 분량의 말러의 교향곡들이고, 소품은 쇼팽의 곡들만 한 게 없다. 닉 드레이크로 말할 것 같으면, 음……, 포크계의 쇼팽이라고 나는 느꼈다. (약간 어거지스럽지만) 처음에 .. 2018. 12. 14.
‘요가Yoga’, 내 안의 유동하는 에너지와 만나는 것 (2) ‘요가Yoga’, 내 안의 유동하는 에너지와 만나는 것 (2)(1편 바로가기)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 본성을 만나는 길, ‘요가’ 요가는 바로 이 에고가 만들어내는 ‘마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다. 끊임없이 샤트바, 라자스, 타마스가 초미세한 비율로 움직이며 나를 둘러싼 현실세계의 5대원소와 결합하며, 감각기관은 받아들이고 운동기관은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한시도 잠시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은 끊임없이 경험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이 과정에서 생각과 판단들이 만들어진다. 우리 안의 에너지는 너무도 민감하고 미세하게 움직여서 가만히 있거나 고요히 있기가 어렵다. 그것은 가만히 앉아있어 보면 알 수 있다. 잠시도 아무 생각도 .. 2018.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