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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대청소, 한 계절의 습(習)과 결별하는 과정 대청소, 한 계절의 습(習)과 결별하는 과정 宰予晝寢재여주침 子曰 朽木 不可雕也 糞土之墻 不可牆也 於予與 何誅자왈 후목 불가조야 분토지장 불가오야 어여여 하주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 改是자왈 시오어인야 청기언이신기행 금오어인야 청기언이관기행 어여여 개시 재여(宰予)가 낮잠을 자자,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 할 수가 없다. 내 재여(宰予)에 대하여 꾸짖어 뭐하겠는가?” 또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에는 남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믿었으나, 이제 나는 남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다시 그의 행실을 살펴보게 되었다. 나는 재여(宰予) 때문에 이 버릇을 고치게 되었노라.” - 〈공야장〉 9장 =.. 2018. 6. 12.
이미 이루어졌거나, 결코 이룰 수 없는 '벗어나기' 이미 이루어졌거나, 결코 이룰 수 없는 '벗어나기' 비트겐슈타인 말대로, 존재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건'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주아주 짧은 찰나에서 수도 없이 많은 존재들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들뢰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는 그저 아주 어렴풋이만 알 것 같다. '질문'으로 (미래의) 무언가를 붙잡으려고 하는 순간, 잡으려고 했던 것은 멀리도 아니고, 아주 살짝 비켜선다. 그러면 다시 질문하겠지. 그러면 그것은 또 살짝 비켜서고 말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는 채로……, 무언가를 보태거나 빼는 방식으로, '안정'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조금씩 비켜서며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 덕에 '불안'은 여러 상태들 중에 특정한 어떤 상태가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2018. 6. 11.
엄마는 (당연하지만) 슈퍼맨이 아니다, 슈퍼우먼도 아니다 엄마는 (당연하지만) 슈퍼맨이 아니다, 슈퍼우먼도 아니다 우리 가족에게 5월은 참으로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달이었다. 딸의 돌발진으로 시작한 5월은 전 가족 감기를 거쳐 친정어머니의 척추압박골절로 정점을 찍더니 시고모님의 부고로 끝났다. 어떻게 정신줄을 붙들고 있었는지, 놓치지 않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잘했다. 장하다. 친정어머니 일로 장거리를 며칠간 왕복하고 집에 와서 겨우 눈 붙인 후 새벽같이 다시 일을 하러 나가고 하는 사이 아기는 거의 애아빠가 재우기까지 전적으로 맡았고, 나는 흡사 야근에 시달리는 여느 집 가장처럼 잠든 아기의 얼굴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아기와 같이 못 있어주는 걸 아쉬워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 아쉬움은 너무 성급한 것이.. 2018. 6. 8.
지아장커, 세계의 그늘을 비추는 거울 지은이 인터뷰 『지아장커, 세계의 그늘을 비추는 거울』 지은이 인터뷰 1. 선생님께서는 루쉰으로 박사 논문을 쓰셨고, 얼마 전(2018년 5월) 완간된 『루쉰전집』의 번역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용운에 대한 책을 쓰시기도 했고요. 이런 선생님의 이력으로 보면 동아시아 근대문학 연구에 주력하실 것 같은데, 지아장커의 영화를 주제로 책을 쓰신 것은 좀 의외인 감도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지아장커 영화와 접속하셨고, 또 지아장커의 어떤 점에 ‘꽂히셔서’ 책을 쓰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저는 영화를 여가시간의 소일거리로만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영화가 지닌 풍부한 텍스트의 힘을 알게 되었고 영화를 통해 여러 가지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지아장커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책의.. 2018.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