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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2

'인생'이란 '허무'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칼비노, 『존재하지 않는 기사』 - 어떻게 '허무'와 함께 살 것인가? '인생'이란 '허무'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어째서 '허무'가 문제가 되는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죽고 난 후에는, 흙과 먼지가 되고 만다. 죽음은 생(生)에 대한 모든 감각을 유지시켜 주던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억과는 별개로 죽은 자 자신에게 그의 삶은 완벽한 '무의미'가 되고 만다. 살면서 누렸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죽음'을 바로 곁에 두고 사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 고통을 완화하는 장치가 '허무'가 아닐까? '허무'는 옷을 바꿔입은 '죽음'인 셈이다. 쾌락을 추구하고, 성취를 갈망하고, 철저한 소명의식을 마음 속에 품고, 안간힘을 쓰면서 생의 기록을 남기는 이 모.. 2015. 12. 8.
한여름에 읽는 8편의 소설 ① - 세계문학을 만나다 이야기는 ‘나’를 바꾼다 『페르디두르케』 - 비톨트 곰브로비치 우리는 구성하면서 바로 그 구성을 통해 구성되는 것이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쓰면 바로 그것이 뒤이어 오는 부분을 결정한다. 작품은 당신으로부터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쓰려고 할 때 당신은 결국 전혀 다른 것을 쓰게 된다. 부분들은 전체를 향하는 경향이 있고, 각 부분은 은밀하게 전체를 목표로 한다. 원환을 그리려는 경향이 있고, 보완점을 찾게 되며, 자기 모습을 띠고 자기를 닮은 그런 총체를 욕망한다. 수많은 현상들이 거칠게 파도치는 바다에서 우리의 정신은 부분을 분리해낸다. 예를 들면 귀 한쪽이나 다리 한쪽을 따로 떼어놓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작품을 쓰기 시작하는 첫 부분부터 이 귀 혹은 다리는 우리의 펜 아래로 오고, 그렇게 .. 2012.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