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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8

[메디씨나 지중해] 이사 이야기 이사 이야기 마라갈 주민이 되다 내가 바르셀로나로 공부하러 가게 되었다고 공표했을 당시, 많은 지인이 나를 찾아가겠노라고 약속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꼭 짚어야만 했는데, 내가 공부하게 될 학교가 행정구역상 ‘바르셀로나‘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내가 살았던 기숙사 캠퍼스는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사십 분은 나가야 나오는 산에 있었다. 밤이면 멧돼지가 출몰하고, 낮이면 수의대 학생들이 양과 말을 치는 그런 캠퍼스에… 덕분에 나는 지난 일 년 반 동안 바르셀로나 도심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살았다. 내가 찍는 일상 사진은 초록빛 자연의 색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한국 지인들에게 이 야생(?)의 캠퍼스를 소개할 기회는 끝내 오지 않았다. 올겨울부터 한국 손님들이 하나둘씩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기 시.. 2023. 4. 25.
칼과 바다, 정치사상가 한비자 읽기 (2) : 생애와 저작 ②한비와 이사, 라이벌? 칼과 바다, 정치사상가 한비자 읽기 (2) : 생애와 저작 ② 한비와 이사, 라이벌? 앞의 얘기를 토대로 사마천의 전을 정리해 보자. 전에서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한비가 왕실의 후손이라는 것, 말더듬이로 글을 잘 썼다는 점, 그리고 진나라에서 죽었다는 사실. 마지막 이야기는 널리 전해 온다. 마지막 사실이 한비의 생애를 압축한다는 점에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사와 한비의 관계를 이야기하면 이사의 처지에서 한비의 생애를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사를 얘기하는 게 순서에 맞을 것이다. 한비열전을 다시 읽어보자. 사마천은 한비가 “이사와 함께 순자에게서 배웠다”[與李斯俱事荀卿]고 했다. 이 말은 한비와 이사가 동기동창인 걸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현대 중국의 걸출한 역사가.. 2022. 6. 3.
동거인에게 "작은 일보다 더 분명하게 나타나는 일은 없다" "니가 먹은 건 좀 치우면 안돼?" 은밀한 곳보다 더 잘 보이는 곳은 없다. 작은 일보다 더 분명하게 나타나는 일은 없다. 莫見乎隱 莫顯乎微막현호은 막현호미- 증자·자사 지음. 『낭송 대학/중용』 김벼리 풀어 읽음, 북드라망, 79쪽 위 문장은 『중용』 1장 중 한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이 작고 소소한 일상,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내가 먹을 수 있는 만큼 먹고 먹은 것은 깨끗이 치우는 일 같은, 내가 생활한 자리들을 잘 치우는 일처럼 사소한 일들을 해나가는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일상을 잘 꾸리는 것이 스스로를 책임지는 일이기도 하며, 이렇게 작은 일들부터 잘해 나가는 것이 수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동생이다. 나는 지난달에 부모님과.. 2016. 3. 28.
[활보활보] 진정한 자립 - 자립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근기' 자립하고 있는 G g는 요즘 이사 준비가 한창이다. 그는 2년 전에 평생 동안 살았던 집에서 나왔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자립을 하기 전에 도와주는 곳이다. 여기에는 g말고 2명의 장애인이 더 살고 있다. 이들 모두 2년 안에 다른 곳으로 나가야 한다. g를 포함해서 다른 장애인들 또한 이 기간 동안 자신이 살 곳을 정하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이곳을 거쳐 가고 자립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g를 포함해서 3명의 장애인들은 모두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g는 기초생활 수급자다. 그래서 한 달에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들어온다. 따라서 g는 집만 있으면 혼자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왜냐면 내가 지금 버는.. 2016.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