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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튀세르5

[약선생의 도서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향한 두 시선, 알튀세르와 푸코 경계인의 해방감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새벽 출근 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들어가 샤워를 할 때면 거울에 비친 내 몸을 익숙한 듯 찬찬히 뜯어보게 된다. 얼굴에 주름이 좀 생기긴 했지만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옆구리까지 흘러넘친 뱃살이 볼수록 끔찍하다. 이제는 도무지 저 놈들을 걷어내질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좀 서글픈 느낌이 솟아나기도 한다. 저 늘어진 살덩이가 방구석에 틀어박혀 이제는 하찮아진 나의 생명을 끔찍하게 보여주는 듯해서다. 언젠가 오십 살이 가까워가는 내 자신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먼저 차변(借邊)쪽 자산(資産). 평범하지만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직장은 내게 과분하다. 이걸로 네 식구를 먹여 살렸으니 저평가할 수는 없다. 더구나 승진도 늦지 않게 해 왔으니, .. 2016. 5. 3.
피부색과 모발과 스튜어트 홀 - 그때 그때 달라요 # 피부색-모발-스튜어트 홀 그때 그때 달라요 나는 얼굴이 검은 편에 속한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나를 ‘깜댕’이라고 불렀다. 내 얼굴색이 검댕 같다고 붙인 별명이다. 검댕은 검은 연기 속 먼지다. 제대로 못 탄 탄소가 남은 것이다. 나는 그리 불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았다. 얼굴이 검은 것도 사실이고, 이 명칭이 혐오스럽지도 않아 친구들을 탓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친구들을 만날 때면 그 이름으로 호명된다. 이제는 그리 불러주는 친구들이 정다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런 호명이 바다만 건너가면 아주 다른 효과를 발산한다. 현대 문화이론의 창시자, 스튜어트 홀(Stuart Hall, 1932~2014)은 이를 계급과 인종의 측면에서 관찰한다. 스튜어트 홀은 중남미 카리브 연안 자메이카 출신이다. 그는 젊은 시.. 2015. 1. 21.
동지(冬至)와 발리바르와 신장 - 대중의 새로운 힘, 공포 #동지-에티엔 발리바르-신장 대중의 새로운 힘, 공포 이제 바야흐로 동지(冬至)다. 겨울의 추위[冬]가 지극해졌다[至]. 이날은 몹시 춥고 밤은 길다. 얼마나 추운지 열 많은 호랑이가 이날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동지하면 역시 팥죽이다. 사람들은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팥이란 말이 입에 감기면 신체 장부 중에 신장(腎臟)이 떠오른다. 신장의 다른 이름이 콩팥이기 때문이다. 신장의 모양이 강낭콩과 비슷하고, 색깔은 팥과 같다고 그리 불린다. 그래서인지 신장은 겨울을 상징하는 물[水]로 가득하다. 이 엄혹한 겨울에 신장은 참으로 문제적인 장부다. 신장은 몸 안에 까닭 없이 정기(精氣)가 유실되지 않도록 정기를.. 2014. 12. 24.
혁명을 ‘혁명’한 아웃사이더, 레닌 꿈꾸는 혁명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1917년 7월 9일 레닌(Vladimir Il’ich Lenin, 1870~1924)과 지노비예프는 서둘러 페트로그라드를 빠져나갔다. 3개월 전 레닌은 「4월 테제」에서,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 ‘임시정부 타도!’라고 폭풍처럼 선언했었다. 임시정부는 곧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 스파이로 몰려 도피하는 처지가 되었다. 턱수염을 깎고 가발을 쓴 레닌은 호숫가 마을 라즐리프(Razliv)의 헛간 고미다락에 몸을 숨겼다. 간혹 인근에서 총소리가 나자 그는 “이제 어떻게 죽어야 할지 택해야겠군”이라고 내뱉기도 한다. 그만큼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벼랑 끝. 하지만 그런 긴박한 와중에도 레닌은 은신처 라즐리프의 거센 비바람 그리고 수도 없이 날아드는 모.. 201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