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순임금5

[왕양명마이너리티리포트] 2부. 슬기로운 유배생활(1) - 군자는 어떻게 유배지와 만나는가 왕양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 슬기로운 유배생활 2부. 슬기로운 유배생활(1) - 군자는 어떻게 유배지와 만나는가 영취산과 박남산이 어우러진 곳에 상(象)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사당 아래에는 묘족들이 모여 사는데 상을 신으로 여기고 섬긴다. 선위사(宣慰使) 안귀영(安貴榮)이 그 사당 건물을 새롭게 해달라는 묘족인들의 요청에 인연하여 나에게 사당의 기문을 요청해왔다. 내가 물었다. “헐어버릴 겁니까? 아니면 새롭게 고칠 겁니까?” 선위사 안군이 대답하여 말하길, “새롭게 고치겠습니다.” “그것을 새로 짓는다니 왜 때문에?”선위사 안군이 대답했다. “이 사당의 시원성(상징성) 때문입니다. 아무도 이 사당의 기원 등에 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살고있는 토착 오랑캐 종족들은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 2022. 2. 9.
시중의 시간성 : 선한 것 중에서 적중한 것을 택하는 새로운 리듬 시중(時中)의 시간 지난 연재에서 나는 중용(中庸)을,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인 크로노스와 잡아채는 시간인 카이로스 시간의 공존으로 읽었다. 두 시간은 서로 상관적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이 없다면 시간이 흐른다는 것조차 알 수 없을 것이고, 카이로스의 시간 역시 크로노스의 시간이 없다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는, 가차 없이 흐르는 시간인 크로노스와 잡아채는 시간인 카이로스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 논리란 모순을 허용하지 않는다. 전자의 시간은 흐르는 것이고 후자의 시간은 흐르는 시간을 멈춰 세워야 비로소 포착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두 시간은 서로 모순적이다. 나는 논리적으로는 공존할 수 없지만 구체적 삶에서 두 시간은 공존하는 것이고, 그 공존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 .. 2016. 7. 28.
『중용』: "하늘이 만물에게 부여해 준 것을 성(性)이라 한다."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의 용법 몇 년 전에 스피노자의 『윤리학』 세미나를 하는데, 중년의 남성분이 참여하셨다. 스피노자가 기하학적 증명의 방법으로 자신의 철학을 펼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정도면 신뢰할 만 하다고 세미나에 참여하신다는 분이었다. 근데 이 분이 『윤리학』 1부 초반에서 소위 멘붕에 빠지셨다. 『윤리학』의 증명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윤리학』은 공리와 정의를 제시하고, 정리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그 선생님왈, 최초의 공리와 정의 역시 임의적인 것은 신학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 여러 토론이 있었지만, 그 분은 영 개운치 않으신지 더 이상 세미나에 나오지 않으셨다. 17세기 유럽에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는 신의 존재 증명을 시도했다. 두 사람 모두 기존의 철학과 .. 2016. 6. 2.
공손함이 부른 개혁 - 중풍손 중풍손, 공손함이 부른 개혁 왕안석(王安石, 1021년 12월 18일~1086년 5월 21일), 중국 역사에서 명실상부한 개혁의 아이콘이다. 신법이라는 과감한 개혁안으로 송나라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던 인물. 개혁은 너무 급진적이었고,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워낙 포부가 컸던 탓일까. 욕심을 부리다가 감당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간 그의 행적은 그를 권력의 화신으로 보이게도 한다. 하지만 좀 더 밀착해서 그와 만난다면 의외의 왕안석과 만날 수 있다. 얼굴에 때가 끼어 검게 되어도 모르는 무심함, 한 가지 반찬으로 식사할 수 있는 소박함, 정치 개혁의 조건이 사라지자 미련 없이 불교에 귀의하는 모습. 세속의 어떤 욕망도 그를 무겁게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는 늘 '때'를 강조했다. 개.. 2015.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