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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4

뉴욕과 올리버 색스 ② : 나는 감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웃픈' 이야기로 세상의 구멍을 메워라 (2) - 뉴욕과 올리버 색스 - ❙ 무(無), 기력 올해 초, 내 몸이 파국을 맞았다. 수면 부족, 열꽃, 생리 불순, 무엇보다 온 몸에 기력이 없었다. 지하철에 몸을 던져놓고 무기력하게 되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아야 하나? 그러나 질문을 더 밀고 나가지는 않았다. ‘바빠서 힘들다’는 말은 뉴욕에서 금기어다. 이 도시에는 파트타임 직업 세 개, 학교, 육아까지 동시에 해내는 ‘슈퍼휴먼’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고작 한 개 하는 학생 주제에, 피곤하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저질 체력과 의지박약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게 뻔하다. 그래서 질문은 맥없는 넋두리로 변질된다. 아, 내 몸이 스마트폰이라면 배터리 충전하듯이 간단히 기력을 얻을 텐데……. 왜 .. 2016. 9. 30.
뉴욕과 허먼 멜빌② 콘크리트 심해에 숨겨진 고래 찾기 콘크리트 심해, 그 신화를 찾아서 (2) : 뉴욕과 허먼 멜빌 ❙ 콘크리트 정글의 파(派) 뉴요커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뉴욕을 극도로 사랑하는 도시파, 뉴욕을 극도로 싫어하는 자연파. 도시파는 뉴욕의 돈이 만들어내는 자유를 좋아한다.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욕망이 숨 쉴 틈새공간이 생긴다. 뉴욕처럼 다양한 인종, 직업, 성별, 취미에 개의치 않는 곳은 없다! 그러나 자연파는 뉴욕에서 화폐를 얻기 위해 치러야하는 대가를 끔찍하게 여긴다. 그들의 목표는 돈을 모아서 뉴욕을 탈출하는 것이다. 여유로운 자연(교외) 생활이 목표다. 나는 어느 쪽도 아니다. 굳이 말하면 내 일상이 곧 뉴욕이라고 믿는 ‘생존파’다. 완벽한 일상이란 없고, 일상의 뉴욕은 늘 이 양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할.. 2016. 7. 29.
해완's 뉴욕타임즈 마지막 이야기 - 가장 치열한 인류학의 현장, 뉴욕 뉴욕, 인류학의 도시 1935년, 레비스트로스는 문화 현장 조사를 위해 브라질 열대우림으로 떠난다. 인류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책 〈슬픈 열대〉가 잉태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인류학 연구는 파죽지세로 진척되었고, 레비스트로스가 몸소 남긴 강렬한 이미지는 그대로 남았다. 일명, 오지로 떠나라! 였다. 인류의 다양성과 타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라는 사명을 띤 채 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로, 남미로, 호주로, 더 멀리 또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지금 여기, 인류학의 현장 그러나 왜 문명화가 ‘덜 된’ 장소만이 인류학적 가치를 지닌단 말인가? 갈취의 대상이든 탐구의 대상이든 간에 왜 타자는 언제나 ‘비서구권’으로 정의되어야 할까? 이것이 바로 내가 문화인류학 입문 수업을 통해 배우게 된 질문이다. 아니, 교수.. 2015. 10. 30.
"나도 뉴욕의 몇 만 명의 얼굴 중 하나가 되어간다." 뉴욕의 얼굴들 여름이 코앞이다. 나는 뉴욕에서 두 번째 여름나기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도 아닌데 괜히 유난 떨지 말라고 하겠지만, 모르는 소리다. 일단 담요를 준비해야 한다. 모든 곳에서 냉장고처럼 ‘풀가동’되는 에어컨에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한편, 지하철에서 ‘뉴요커들’과 살을 부대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여름은 겨울보다 불쾌지수가 높다. 인종에 따라 각양각색인 땀 냄새 속에 푹 쩔어서 반 시간 이상 달리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지에 이른다. 이 혼돈 속에서 에어컨 때문에 정수리만 차갑다. 경계 혹은 경직 물론 어찌 이것이 뉴욕만의 상황이겠는가? 서울이든 방콕이든 여름의 만원 지하철은 늘 ‘지옥철’이다. 그러나 뉴욕의 다양한 인구구성은 이 전형적인 불쾌함 위에 독특한 긴장감을 더한다.. 2015.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