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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강학원129

[지금동물병원에갑니다] 슬기로운 동거생활─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관계(上) 3편. 동거-동물의 기원을 찾아서(上) 다르게 ‘함께’ 살고 싶다 ‘여우와 두루미’라는 이솝 우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여우가 두루미를 자신의 식사에 초대했다. 여우는 자신이 평소에 먹던 넓적한 접시를 내왔는데 부리가 긴 두루미는 그것을 먹을 수 없었다. 이 일로 앙심을 품은 두루미는 여우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다음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두루미는 자신이 먹기 편한 목이 긴 호리병에 식사를 담아 내놨고 주둥이가 짧은 여우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호의를 베푼다 한들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란 얘기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여우와 두루미’ 얘기는 다큐멘터리가 되어 온갖 가정 내에서 펼쳐지고 있다. 제목을 바꾸자면, ‘호모 사피엔스와 동거.. 2022. 8. 24.
[마이너리티리포트] 격물과 낯설게하기 ; 격자(frame)화로서의 물 왕양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 슬기로운 유배생활 3부. 슬기로운 유배생활(2) - 용장대오? 용장생활백서 격물과 낯설게하기 ; 격자(frame)화로서의 물 (사)물과 마음이 함께 있다(정확히는 ‘마음 밖에 있는 (사)물은 없다’)는 양명의 말은. 어딘가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물리 법칙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현대와 과거의 문제도 아닙니다. 양명의 생각은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겼기 때문입니다. 을 보면 양명의 격물설에 당혹스러워하는 동시대 학자들의 일그러지는 미간 주름이 무시로 보입니다. 특히 주자학자들에겐 더욱 그러했습니다. 동아시아 유학의 사유를 공부하다보면 아이러니 같은 것이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주자학은 과거 전근대적 인식의 대명사입니다. .. 2022. 8. 17.
[마이너리티리포트] 3부. 슬기로운 유배생활(2) - 용장대오? 용장생활백서 깨달음? 마음과 사물(사건) 왕양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 슬기로운 유배생활 3부. 슬기로운 유배생활(2) - 용장대오? 용장생활백서 깨달음? 마음과 사물(사건) 용장(龍場)은 귀주성의 작은 산골 마을이고, 그곳에서의 시간이란 것도 ‘겨우’ 2년 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양명(그리고 양명학)에 있어 용장은 그저 한 때의 추억으로 치부될 장소가 아닙니다. 이 사실은 양명이 대륙 전역을 종횡무진 내달렸던 천하의 대장부였다는 사실로도 가려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제 아무리 의미를 축소하려 해도 최소한 ‘용장=깨달음’이라는 돌올한 사건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이라는 세계 내적 학문으로 양명학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찌됐건 용장의 의미를 괄호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까지 양명학은 그렇게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2022. 7. 20.
하나의 마음, 자비 하나의 마음, 자비 김미솔(남산강학원) 내가 불교를 접한 지는 올해로 3년째다. 불교공부 1년차 때는 티베트불교 강의를 가볍게 귓동냥했고, 2년차 때는 『숫타니파타』를 무작정 암송했다. 그리고 올해 3년차에 접어들어서는 『테라가타』로 글을 쓰고 있다. 불교계에서 3살, 아직 햇병아리인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붓다가 되면 모든 괴로움을 여읜다는 것. 산다는 것이 고되고 결코 쉽지 않았기에 불교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붓다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삶의 괴로움을 모두 여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붓다는 어떻게 모든 괴로움을 여의었을까? 핵심은 자비심에 있다. 완벽한 자비의 마음 위에 있을 때 모든 괴로움을 여읠 수 있다고, 불교는 평정에 이르는 원리를 알려준다... 2022.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