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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열대공생을향한야생의모험18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기차 여행 – 속도의 열정과 진보의 배신 《바람이 분다》 ②사건 기차 여행 – 속도의 열정과 진보의 배신 레일 위의 종이비행기 《바람이 분다》를 사건적 측면에서 보면 결정적인 주요 사건은 제로센의 설계 완성이다. 그런데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작품이 다루는 시간은 무려 30년이나 된다. 이 30년 전부 제로센의 발명에 바쳐지는 긴 과정인데, 지로의 마음에 실제 제로센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그런 방향으로 설계를 계속해가는 부분은 영화 시작 35분 무렵 즉 나고야의 미쓰비시에 취직하면서부터다. 그 지점을 기준으로 보면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카프로니 백작이 만든 비행기는 모두 아주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대형선이었다. 카프로니는 은퇴에 맞춰서 납품 직전의 폭격기에 잔뜩 사람을 태우고 나타나기도 했다. 지로의 회사는 소형 비.. 2024. 4. 18.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모든 경계에서 꽃이 핀다 《벼랑 위의 포뇨》 ①배경 모든 경계에서 꽃이 핀다 사라진 직선 《벼랑 위의 포뇨》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림체의 변화 때문에 초반 몇 분 동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미야자키하면 디테일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유치원 아이들 보는 교육방송처럼 간단히 형태만 살린 바다 생물이 잔뜩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들은 다 귀엽고 재미있어 보였다. 하지만 서사도 기대 밖으로 단순했다. 인간이 되고 싶은 물고기 때문에 멀쩡했던 바닷가 마을이 물에 잠겼다가 다시 원상복귀되는 이야기였다. 마녀도 안나오고 지구가 멸망할 일은 더더구나 없다. 해일이 일어난다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주인공 인어공주도 예쁘지가 않았다. 심지어 얼굴형이 평범한 네모여서 나는 그것도 충격이었다. 엽기발랄한 사랑스러움이 빠진 것이다. 4살.. 2024. 3. 7.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황야를 방황하는 욕망의 감옥 《하울의 움직이는 성》 ①배경 《하울의 움직이는 성》움직이는 성 - 황야를 방황하는 욕망의 감옥 결벽증의 온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공개되었을 때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현대의 피카소가 나타났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움직이는 성이라니? 아래는 닭다리에 몸통은 여기저기서 갖다 붙인 이런저런 건물의 부속품들, 예를 들면 다락방이라든가 발코니라든가 굴뚝이라든가 여러 외관을 가진 방을 덕지덕지 붙인 형태인데 마치 유바바처럼 큰 얼굴을 지닌 괴물 같다. 벌린 입으로 혀가 나와 있어 무거운 방들을 붙인 덕분에 걷기가 힘들 때면 헉헉거리기까지 한다. 미야자키가 ‘성’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지만 움직이는 성이라니? 솔직히 날아다니는 성보다 더 충격적이다. 미야자키는 움.. 2024. 2. 29.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치히로 – 이름이 많은 모험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③ 캐릭터 치히로 – 이름이 많은 모험가 표정이 멋진 아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가장 공들인 것은 아마 치히로 표정의 변화일 것이다. 우리는 《붉은 돼지》의 썬글라스에서 시작해 《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애매한 얼굴들까지, 미야자키가 캐릭터의 얼굴 변화에 대단히 신경을 쓴다는 것을 보았다. 치히로 얼굴이 당당하고 침착하게 바뀌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표정이 풍부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크고 반짝이는 예쁜 눈이라든가 오똑한 코나 갸름한 볼살 같은 것, 그가 입고 두른 값나가는 것, 이보다 만들기 어려운 것이 바로 매력적인 표정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낯선 세계에 떨어져, 전에 없던 문제에 부딪혀 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 2024.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