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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해완's MVQ20

살기 좋은, 자유로운 나라 미국에서 튀어!! 자유를 상상할 자유 쿠바로 튀어? 얼마 전, 친구들에게 학교 졸업하고 나서 쿠바에 갈 것 같다고 고백했다. 예상대로 다들 깜짝 놀랐다. 이 쿠바행은 나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치 못한 게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친구들의 격한 반응이었다. 남미를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고 또 나를 뉴욕으로 보내준 연구실에서도 쿠바에 관심이 있어서 이렇게 결정하게 되었다고 이유를 설명해주어도 소용 없다. 그들은 계속 딴지를 걸었다. 뉴욕에 있다가 가면 참으로 심심하겠다는 둥, 쿠바는 그냥 여행으로 가라는 둥, 너에게 반미주의자(?!) 기질이 있을 줄은 몰랐다는 둥... 놀랍게도, 쿠바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은 남미친구들이라고 덜 하지 않았다. 쿠바가 아무리 혁명 이후로 독재의 길을 걸었.. 2015. 7. 1.
"나도 뉴욕의 몇 만 명의 얼굴 중 하나가 되어간다." 뉴욕의 얼굴들 여름이 코앞이다. 나는 뉴욕에서 두 번째 여름나기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도 아닌데 괜히 유난 떨지 말라고 하겠지만, 모르는 소리다. 일단 담요를 준비해야 한다. 모든 곳에서 냉장고처럼 ‘풀가동’되는 에어컨에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한편, 지하철에서 ‘뉴요커들’과 살을 부대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여름은 겨울보다 불쾌지수가 높다. 인종에 따라 각양각색인 땀 냄새 속에 푹 쩔어서 반 시간 이상 달리다보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지에 이른다. 이 혼돈 속에서 에어컨 때문에 정수리만 차갑다. 경계 혹은 경직 물론 어찌 이것이 뉴욕만의 상황이겠는가? 서울이든 방콕이든 여름의 만원 지하철은 늘 ‘지옥철’이다. 그러나 뉴욕의 다양한 인구구성은 이 전형적인 불쾌함 위에 독특한 긴장감을 더한다.. 2015. 6. 1.
미국에서 만난 한국보다 더 한국 같은 대학 담론 -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며 대학 이야기 팍팍한 삼월의 봄 4월의 둘째 주. 봄이 코앞까지 왔건만, 나는 도대체 계절을 즐길 여유가 없다. 올해 쓸 체력 분량을 이미 다 방전시킨 것만 같다. 지난 3월은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때였다. 대학교 첫 학기가 시작되었고 얼떨결에 알바 자리까지 얻게 되었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과목과 상관없이 무조건 글쓰기 과제를 내주는 학교 수업들을 만족스럽게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사무직에서 전화로 상담받는 일은 영어듣기가 충분히 되지 않아 버벅대고 있다. (모든 미국인들이 대학 교수들처럼 칼 같은 영어 발음과 올바른 문법을 구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 매일 새벽 두 시에 파김치가 되어 드러눕고 나면 시간이 다 해결해줄 것이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 2015. 4. 24.
정착~! 이타카 하우스 개장 & 첫 번째 파티 이타카 하우스, 첫 출발 이민의 도시, 뉴욕. 파도처럼 꾸역꾸역 밀려오는 이민의 풍경은 흔히 ‘뉴욕의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되어 뉴욕이라는 도시를 아름답게 모자이크하는 데 이용되곤 한다. 그러나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이 사람들이 이 바닥에서 어떻게 섞여 살아가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다, 사실 이주는 뉴욕에 와도 끝나지 않는다. 근 일 년간 내가 발로 뛰면서 보러 다닌 집만 30여 개, 이사 횟수는 3번, 내 짐은 처음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내 친구들 중에서 내가 유별나게 이사를 자주 했던 편도 아니었다. 여기 오래 머물다보면 다들 저절로 이사의 달인이 된다. 뉴욕은 이사의 도시이기도 한 것이다. 이사 전쟁 이 높은 이사 빈도는 뉴욕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모두가 알다시피 뉴욕 세.. 2015.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