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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카프카와 함께22

카프카, 『변신』 : 그레고르 잠자가 굳이 해충으로 변신한 이유는? 그레고르 잠자가 굳이 해충으로 변신한 이유는? 많은 발을 갖게 된다는 것 카프카의 쥐와 들짐승들은 모두 벽을 사랑하는 존재였습니다. 카프카는 끊임없이 벽이 솟아오르는 황제의 땅에서 벽에서 벽으로, 다시 또 벽을 향해 돌진하는 칙령사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지요. 『실종자』,『소송』,『성』등. 카프카의 모든 장편에서 확실하게 나타나듯 카프카식 투쟁은 언제나 벽에서 또 다른 벽으로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우화」의 쥐도, 「선고」의 게오르크도, 『소송』의 요제프 K도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간단히 결론내릴 수가 없지요. 게오르크는 다리 너머로 몸을 던져, 강바닥이라는 벽을 향했던 것입니다. 요제프 K는 자신의 무덤이 파들어가는 그 옆에서, 땅이라는 벽을 파들어 갈 채비를 마친 개가 되었던 것이지요. .. 2017. 12. 28.
카프카, 어느 투쟁의 기록 어느 투쟁의 기록 나는 벽을 사랑하여요 “아아,” 하고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만 해도 세상이 하도 넓어서 겁이 났었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마침내 좌우로 멀리 벽이 보여 행복했었지.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마주 달려오는지 어느새 나는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모퉁이엔 내가 달려 들어갈 덫이 놓여 있어.” - “넌 오직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되는 거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카프카,「작은 우화」) 카프카의 유고 중에는 쥐가 벽을 만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쥐는 무척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요. 허방 속에서 허우적댈 수는 없기에 기대어 설 수 있는 벽을 만나 반가워했지만, 오히려 그 벽에 훅 압사될 지경에 놓입니다. ‘아, 어쩌지?’ 그때 갑자기 .. 2017. 12. 14.
카프카는 뱀파이어 카프카는 뱀파이어 카프카는 두 번이나 약혼하고, 두 번이나 파혼한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 양에게 1912년 9월 20일부터 1917년 10월 16일까지 정말 쉴새 없이 편지를 썼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면서, 그녀의 편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백방으로 증명하려 애썼습니다. 도대체 카프카는 뭘 하려고 했던 걸까요? 왜 펠리체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국면으로 몰아세웠던 걸까요? 1. 흡혈하는 편지 카프카를 사랑했던 두 사람의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는 카프카의 편지 쓰기가 도착적이고, 악마적이라면서 ‘흡혈’하는 글쓰기 같다고 했습니다.(들뢰즈·가타리,『카프카』) 카프카가 펠리체에게 편지를 씀으로써, 편지의 도착적이고 악마적인 용법을 체험했다는 것이죠. 사랑을 사랑의 편지로 .. 2017. 11. 30.
프란츠 카프카, 「유형지에서」 - 목숨을 건 도약 프란츠 카프카, 「유형지에서」 - 목숨을 건 도약 카프카가 1919년에 발표한 단편 「유형지에서」는 ‘몸에 계율을 써주는 자동기계’ 즉, 형벌기계에 스스로 몸을 눕히는 장교를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은 누구를 초점에 놓는가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복종하라’고 선고받은 죄수를 중심에 놓는다면, 규율권력을 몸 깊숙이 각인(刻印)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완성해가야 하는 근대인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죄의 심판자인 장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창조주를 산산조각 내 버리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비판이 됩니다. 그런데 이 ‘묘한 기계’ 자체를 해석의 축으로 삼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하나의 변신담이 지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상반된 운명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죄수와 심판자의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 2017.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