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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청년 동의보감10

청년, 반생명적 관계 속에서 살다. - 3) 청년, 반생명적 관계 속에서 살다. - 3) 나는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렵다. 낯선 사람 앞에만 서면 내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도통 모르기 때문이다. 이름과 나이, 직업과 취미 등 의례적인 질문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그런 상투적인 대화가 끝나고 정적이 흐를 때면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버리고만 싶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최대한 편안한 사람들과만 지내려고 노력했다. 모르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일들은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관계에서 오는 갈등 상황에 너무 취약했다. 친구가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미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땐 쉽게 상처받았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깜깜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와는 소리소문없이 관계를 끊었고,.. 2019. 9. 17.
청년, 반양생적 시대를 살다 - 3) 청년, 반양생적 시대를 살다 - 3) 승츠비’의 추락 어느 날 실시간 검색어에 떡하니 올라와 있던 ‘버닝썬’이란 세 글자. 뭔가 해서 눌러봤더니 버닝썬이라는 클럽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단다. 그런데 그 클럽이 빅뱅의 승리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아니, 이건 무슨 일인가? 내가 아는 그 승리가 맞는지 확인을 하기도 전에 이미 성범죄, 마약, 불법 촬영물 공유 등 그와 연관된 범죄들이 줄줄이 드러났다. 버닝썬 ‘게이트’라 불릴 만큼. ‘승츠비’라는 별명처럼 승승장구하는 줄 알았는데 이 무슨! 열성 팬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시절 그들의 노래를 종종 듣고 따라부르며 자랐던 터였다. 어느 순간 범죄자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그가 당황스럽기만 하다. 나도 이런데 팬들은 오죽하랴. 이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은 그뿐만이 아.. 2019. 9. 3.
청년, 반생명적 관계 속에서 살다 - 2) 청년, 반생명적 관계 속에서 살다 - 2) 증오하면서 의존하는 나는 누군가에게 화를 내본 적이 거의 없다. 나는 늘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비쳤다. 그런 나에게도 마음껏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180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소심하게 앉아 수업을 듣던 학생에서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으며 짜증을 쏟아내는 분노의 화신으로! 이처럼 바깥에서는 온순한 양으로 지내면서, 집에서는 무서운 헐크로 변신하는 청년들이 요즘 많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청년들을 일컬어 ‘방구석 여포’라는 말이 나왔을 지경이다. 그와 동시에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님께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 2019. 8. 20.
청년, 반양생적 시대를 살다 - 2) 청년, 반양생적 시대를 살다 - 2)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대학교 1학년 때 느꼈던 막막함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등학교를 벗어나 대학에 간다는 생각에 처음엔 설레기만 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무수한 선택지들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시간표를 짜는 것부터 막혀버렸다. OT를 하면서 선배들이 수강신청방법을 알려줬지만, 어떤 수업이 학점을 잘 준다더라 하는 단편적인 정보만 가득할 뿐이었다. 어떤 과목을 듣고 싶고,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다. 사실 전공도 수시 경쟁률을 보고서 피상적으로 선택한 것에 불과했다. 내 인생에 중요한 결정인데도 으레 그러거니 하는 길을 따라간 것이다. 그러다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자 눈앞이 깜깜해졌다. ‘여긴 어디? 나는 누.. 2019.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