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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연암을만나다27

[연암을만나다]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글 읽기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글 읽기 매주 수요일이면 마음이 급해진다. 씨앗문장을 쓰고 다음날 세미나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쓰지 못하고, 미리미리 다 읽지 못한 것이 한탄스럽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다. 다만 모든 일정이 끝난 저녁이후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생각뿐이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 친구가 나에게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하면 ‘어? 안 되는데ㅠㅠ’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하지만 이내 ‘후딱 끝내고 공부하자’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공부와 친구 둘 다 잡고 싶기 때문이다. 문제는 ‘후딱 끝내자’라는 데에 너무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관계도 공부도 둘 다 잡으려 했던 내 마음과 반대로 어디 한 곳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2020. 8. 27.
[연암을만나다] ‘진짜’眞가 아닌 ‘다름’異을 ‘진짜’眞가 아닌 ‘다름’異을 “야~ 너 김태리 닮았다~”처럼 평소에 심심찮게 누구누구 닮았다, 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하곤 한다. 예쁘거나 잘생긴 연예인을 닮았다고 칭찬해주거나, 혹은 놀릴 때^^;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닮았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하지만, 왠지… 그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말로 나도 덩달아 그런 사람이 된 것 같기 때문이다. 때로는 ‘닮고 싶다, 따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시작하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아 인생의 비전을 탐구하거나 멋지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저렇게 살 수 있지?’를 묻기도 한다. 그런데 잠깐, 연암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비슷하다’는 것은 그 상대인 ‘저것’과 비교할 때 쓰는 말이다. .. 2020. 8. 13.
[연암을만나다] 사사롭지 않게 삶을 수행하기 사사롭지 않게 삶을 수행하기 나이 56세(1792년), 연암은 안의현의 고을 수령(안의현감)으로 일하게 된다. 연암의 관직 생활은 그가 수령으로 있을 때 쓴 온갖 편지와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 『나의 아버지 박지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을 처벌하는 대신, 그 마음을 헤아려줌으로써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을 고치도록 해주고, 일 하나를 할 때에도 백성들에게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하며 조금의 사사로움도 얹지 않았다. 그래서 연암의 ‘공무 수행’은 일체의 번잡함 없이 투명하고 깔끔하다. 그에 관한 일화는 차고 넘친다! 안의현감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무신년(1788) 6월, 연암은 ‘선공감 감역’이라는 벼슬을 하고 있었고 임기를 6일정도 남겨놓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매해 6월과.. 2020. 8. 6.
[연암을만나다] 돌직구가 주는 것 돌직구가 주는 것 친구 어머니 중에 휴대폰에 남편을 ‘내면의 평화’라고 저장하신 분이 있다고 한다. 친구가 의아해서 왜 그렇게 저장했냐고 물었더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전화를 받기 전에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자는 마음이었다고 하셨단다. 어딘지 모르게 웃프다. 그런데 평소 우리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 말하는 데에 꽤 능숙한 것 같다. 우유부단하다는 말 대신 ‘착하다’라고 말하고, 이기적이라는 말 대신 ‘승부욕 있다’라고 애써 포장한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 똥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똥 싸러 간다.’라고 말하는 대신 ‘화장실에 잠깐 볼일 좀…!’라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하다. ‘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저절로 표정이 찌푸려지는 것처럼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온몸으로 강하게 오기 때.. 2020. 7. 30.